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단 Dec 08. 2022

겨울 한낮의 햇살

해의 살, 햇살. 그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다. '햇살'앞에 '겨울'이라는 단어가 놓이는 요즘에는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겨울 햇살, 겨울 햇살, 겨울 햇살... 눈부시게 밝은 빛 줄기가 베란다 창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하얗게 시렸던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린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킬로미터라고 한다. 태양에서 요이땅! 하고 빛이 출발한다. 8분 20초동안 날아 온 빛이 나의 몸에 닿고 있다. 이토록 빠른 속도라면 그 끝이 칼날처럼 예리할 법도 한데, 피부에 닿는 햇살은 무척 부드럽다. 자리를 옮겨 온 몸을 햇살 속에 풍덩 빠뜨린다. 그곳에 앉아 태양이 보내는 따사로움을 만끽한다. 겨울 한낮의 호사로운 시간이다.


햇살은 모든 사물을 더욱 밝고 더욱 어둡게 만든다. 투명한 검정색을 덧 씌워 사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마법을 선보인다. 사진 촬영에서 자연광이 중요한 이유이다. 자연광은 렌즈 위에 노란빛, 녹색빛, 붉은빛 등 다양한 색을 입힌다. 자연광이 비추는 대상은 선명한 대비, 오묘한 색이 덧 입혀져 아름답다.


대낮의 환한 햇살이 방 안의 사물을 비춘다. 마치 세상은 평화로워요, 하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것은 사실처럼 들린다. 이렇게 아늑하고 따뜻한 세상이 평화롭지 않을 리 없어, 하고 믿고 싶어진다. 눈을 감으면 발갛게 형체를 드러내는 햇살을 볼 수 있다. 화사하게 핀 양귀비의 넓은 꽃잎처럼 붉으면서 노랗기도한 둥근 형체가 아름답다. 동시에 차분하지 않은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붉은 두려움이 떠오를 것 같아 황급히 눈을 뜬다.


방 안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스하다. 온 몸에 닿는 햇살이 나른하다. 거꾸로 된 반달 모양처럼 눈 웃음 지으며 골골대는 고양이,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처럼 사랑스러운 느낌이다. 언젠가 둘째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엄마,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아!" 그랬다, 햇살이 내리 쬐는 오늘,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았다.





작가의 이전글 폭식의 이로움에 대한 주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