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아침은 시끌벅적하다. 새벽2시 무렵부터 울어대던 매미소리는 새벽5시를 지나 날이 밝아오면서 더욱 강렬해진다. 가로등불빛보다 태양빛의 어슴프레함이 반가운 모양이다.
"엄마! 시골에서는 닭이 아침을 깨워주잖아. 그런데 우리집은 매미가 아침을 깨워주네!"
지난 밤, 매미 울음소리에 잠을 설쳤다는 엄마의 말에 아이가 대꾸했다. 매미가 깨워주는 아침이라니, 왠지 멋스럽다.
여느 계절에 우리집의 아침을 깨우는 소리는 이름모를 새의 울음소리이다. 어둠이 사라지면 시작되는 부지런한 소리,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소리, 숲 속 펜션에 놀러온 듯한 기분을 자아내는 소리였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매미들의 웅장한 연주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가끔 매미소리는 짜증스럽기도 하다. 제딴에는 구애를 위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겠지만, 그들의 합창은 너무 시끄럽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잠을 설친 날 아침에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구름낀 하늘을 바라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존재를 애써 찾아본다. 귀로 전해지는 엄청난 존재감이지만 아파트 고층에서 매미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엄마!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아! "
불현듯 예전에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빨강머리앤이 할 법한 대사가 아이의 입에서 나오던 날, 그 순수함에 하루종일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아이는 오늘 급식 메뉴가 맛잇는 거라서,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단다. 또 어느날에는 오늘이 자신이 좋아하는 방과후 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다고 했다.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구나!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니,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덜 시끄럽게 느껴진다. 한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이려니 생각하니, 좀 더 진지하게 감상하고 싶어진다.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다!
눈을 감으니 한여름 아침 음악회가 펼쳐진다. 조금 잦아든 매미 울음소리 사이로 여러 종류의 새소리가 섞여 있다.
맴맴, 스르륵, 쫑쫑, 뿌뿌, 꺅꺅, 비융 ......
오선지 악보가 매미소리로 채워진다. 매미소리는 높낮이를 갖출 뿐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중간에 갖가지 새들의 소리가 등장한다. 오중주쯤 되는 듯하다. 단숨에 오선지 가득 음표와 쉼표를 그려넣을 수 있을 것 같은 충동이 일렁인다. 작곡가가 아닌 나는 글을 남기는 게 최선이리라.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도록 천천히 눈을 뜬다. 눈 앞에 저멀리서 하늘을 날고 있는 두 마리 새가 보인다. 청각에 이어 시각까지 호사를 누린다. 기쁜 마음이 더욱 충만해진다.
오늘이 오늘이어서 정말 좋다!
오늘이 오늘이어서 좋은 기분은 이런 것이로구나!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순수하게 감사하는 마음. 한여름의 매미소리가 아름다운 연주로 느껴지는 마음.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알아차리는 마음.
지금 현재 나에게 그런 '오늘'이 주어졌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어느 날이든지 '정말 좋은 오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