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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뜰 Aug 15. 2024

그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서 기피 했었어

feat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정에선 담백하지 못해 추억으로만 남기지 못하는 기억이란 게 있다. 가령 친했던 친구가 아주 멀리 이민을 간 기억이라거나 존경하는 선생님이 전근을 갔던 기억이라거나, 너무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을 한 기억이라거나. 가장 막막한 기억은 어쩔 수 없이 사랑이 개입 된 기억이다. 친구나 지인. 물론 슬프긴 하지만 가끔 안부라도 물으며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하다 못해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하며 그걸로도 마음이 놓이는 관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랑 앞에선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해서 혼자 감당해야 하는 커다란 고통이 따른다. 누구와 나눌 수도 없고 그리움도 나만의 몫이며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깊은 강을 건너온 자리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별을 두고 나의 이별을 위로받는 일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나의 아픔보다 더 고통을 받는 사람을 마주 할 때는 확실히 내 상처를 잠깐은 잊을 수 있게 된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서 지난 내 아픔을 위로받았다. 물론 동성애가 소재가 되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자체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추억을 추억으로만 남겨 둘 수 없고 자꾸만 비집고 나오는 울분 섞인 감정이 너무 커서 폭발을 한다. 이 사랑이 슬픈 건 두 사람 모두 현실 앞에 두 손을 들고자 이미 마음을 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는  상황이 마음 아팠다. 사랑을 향한 의지는 없었다. 사랑은 하나 잡을 수 없다는 건.





출처 - 네이버 무비



이 사랑에 비하면 내 사랑은 충분했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사랑했던 사람의 마지막 전화를 받으며 다시는 마주 볼 수 없는 사람임을 확인받은 주인공은 뒤돌아 앉아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린다. 어수선한 뒷 배경에 빗대어 모든 게 멈춘 듯 눈물만 흘리는 티모시 살랴메의 모습은 내 마음에 깊게 각인되었다.


이 눈물에 비하면 내 눈물은,

사랑에 비하면 내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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