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했겠지만 사랑이란 게 그렇다. 이뤄지기엔 어렵고 간직하기엔 서글픈 것. 그렇다면 사랑이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우기가 계속되는 어느 나라엔 생명력이 없다. 습기로 가득하고 어깨가 움츠려지게 쌀쌀하기도 하다. 어둡고 고요하다. 그래서 마음이, 마음이 쓸쓸하고 공기는 무겁다. 아무도 보이지 않고 누구도 서성이지 않는다. 우기가 계속되던 어느 나라에 아주 오랜만에 햇살이 들었다. 사방이 환해졌고 어디에 숨었었는지 새들이 하늘을 날며 소리 내 운다. 집 안에 꼼작 없이 갇혀있던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거리를 활보하며 꺄르륵 웃는다. 닫혔던 가게 문도 하나둘 열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목소리라는 걸 낸다. 그래서 마음이, 마음이 조금씩 환해진다. 사람에게 사랑이 필요한 이유는 너무 많다.
다시 언젠가 만나질까. 이 길을 건너 저 안으로 들어가면 그를 만날 수 있겠지. 특별한 말이 없지만 오히려 그러므로 부담이 없어 더 안온할 수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설레어서 좋았다. 이 세상에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 채워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이뤄지든 아니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나는 그때도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깊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외사랑이라고 짐작해서 또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어서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 사랑이란 건 원래 그렇다. 많은 착각 중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도 나를 좋아해 주어야 맞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되어야 내 면이 살고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아주 당연한 사실이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면 그것이 바로 기적이 되는 거다. 간혹 부끄럽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왜 부끄러울 일인지.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지. 사랑은 이뤄질 수 있는 이유도 많지만 이뤄질 수 없는 이유도 너무 많다. 그래서 사랑이란 게 어려운 거다.
계절이 나에게 흐르듯 그에게도 흘러갈 것이다. 굳이 수많은 말을 꺼내어 마음을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그리워하는 방법을 난 이제 잘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정도의 깊이를 난 알아내고 말았다. 별것도 아닌 얘기에 웃고 마주쳐 보는 눈빛이 따뜻했다.
다시 언젠가 사랑이 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