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는 생각은 많으나 행동력은 부족한 사람이었다. 항상 무언가 끄적이고는 있지만 그것이 좋은 결과물로 탄생하는 기적은 없었다. 철딱서니가 없었다. 정말 내가 뭐라도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열정만 앞섰던 가난했던 나.
나는 그냥 실력이 부족했고 용기가 없었으며 행동력도 발휘되지 못했던 지점에서 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핑계와 허영심만 갖고 있던 미성숙한 인간이었다. 다른 말들은 모두 핑계고 꿈만 컸지 제대로 된 실행력과 나의 대한 믿음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래. 나의 대한 믿음,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진짜 마음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내 끄적거린 흔적을 대단한 문학가가 쓴 글인 양 몹시도 충만하게 읽어주던 사람이었다. 그의 칭찬과 격려는 비쩍 가물었던 내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고 그것이 곧 나에게 깊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20대의 시절을 그와 함께 보내며 많은 성장을 하고 싶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듯이 언젠간 빛바랜 사진처럼 추억으로 남겨질 그와 나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를 몹시도 사랑했다. 그냥 그에게 더 많이 가닿지 못했던 내 마음이 미웠다.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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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시간을 되감을 수 있어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나는 그에게 더 자주 안부를 물어보고 싶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는지. 회사 구내식당에서 나온 점심 메뉴는 어땠었고 입맛에는 잘 맞았었는지. 당신을 힘들게 하는 몰상식한 상사는 없었는지. 일이 많아 고되지는 않았는지. 나는 불안정한 내 모습을 수습하느라 그에게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가 더 꽉 채워져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가 나의 안부를 묻기 전에 내가 먼저 그의 하루를 물어봐 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
추억이라는 말밖에는 딱히 부를만한 이름이 없는 그와 나의 시절이다. 이젠 '우리'라는 단어로 묶어놓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옛사랑인 거다.
이 시절을 꺼내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 세상에 그려진 사랑은 이렇게 예뻤구나 싶어서.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거다. 우리 살면서 한 번도 못 만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만날 인연이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