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솔직하면 안 되는 것 같아서 했었던 행동을 두고 '하는 척'이라 말하는 거겠지. 그래도 좋게 표현해주고 싶은 건 다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조금 더 유리한 쪽으로 배려해 주고 싶어서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맛집에 갔을 때마다 커다랗고 양이 많은 그것을 먹을 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굳이 예쁘게 먹을 수 있는 조막만 한 그것을 주문했었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뚝딱 게 눈 감추듯 먹을 수 있는 것을 개미 모이 먹듯이 깨작거리며 나눠 먹고 하는 말이란 '아, 배불러.' 말이 돼야 말이지.
코미디 연극을 보러 갔을 때도 평소 나라면 박수를 치고 박장대소를 하면서 옆사람 못살게 괴롭힐 수도 있었는데 다소곳한 꽃처럼 , 그것이 불어오는 바람에 가냘프게 흩날리듯 미소만 머금고 있었다. 울화통이 치밀어서 말이다.
목소리가 차분하고 예쁘다고 했을 때 나는 원래 이렇게 괜찮은 소울을 가진 사람이라고 은연중에 자기 과신을 했던가 싶었던 날. 방방 뛰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었단 걸 그는 아직도 모르겠지. 나 사실, 말하다가 흥분하면 바나나 빼앗긴 원숭이처럼 돼.
네이버 무비
사랑은 하냐고 물었을 때 내 마음이 반쪽짜리 인 것처럼 '그래.'라는 말만 했었던 나를. '답은 이미 정해졌고 너는 그럴 리 없겠지. ' 믿는 그에게 당신은 틀렸다 나는 당신을 많이 사랑하노라. 엄청난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자꾸만 에러 상태에 있던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나의 대한 불안을 잠재워주지 못했던 것을. 그때, 내 영혼이 숲 속에 있는 듯 함께 있으면 평온해져. 잡고 있는 손이 좋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이 좋아. 이걸 바꿔 말하면 바로 사랑이지. 말해준다는 게.
마음을 높이 평가하던 사람이지만 그전에 '영혼의 느낌'을 더 우선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마음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생각은 오류를 무수히 만들어 낸다. 마음은 때론 부정적인 기억에 사로잡혀서 익숙함만 찾다가 틀린 답을 내놓곤 한다. 과연 마음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걸까? 마음에 취해서 독사과를 베어 문 백설공주가 되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흐린 눈을 가지고 있었던 아니었을까?
영혼은 알았을 거다. 기류처럼 흐르던 감정과 솔직해져도 된다는 사실을. 난 이제 내가 원하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들을 마음에게 묻지 않는다. 매사 정처 없이 흔들리는 마음은 잠시 쉬도록 두고. 거짓 하나 없이 순수한 의도만 남은 내 영혼에게 계속 질문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