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은 줄 알았다.
(frat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마흔살 이란 나이가 몹시 마음에 든 적이 있다. 물론 더없이 쓸쓸하고 서글픈 나이란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긴 하지만.
내가 마흔이라... 이제 나이 참 많이 먹은 것 같아.
여전히 예쁜 나이야. 아직도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이젠 좀 괜찮은 사람이 된 줄 알았다. 내가 보냈던 깊은 시절이 구멍 송송 뚫린 가슴 바닥을 그동안 꽤 촘촘히 메워주었구나 했다. 난 아직도 너무나 하찮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일에 상처를 입는다. 상처엔 저마다 다른 이름이 붙어서 사람마다 다르게 불려지는 것이지만 난 정말 이제 이런 이름의 상처쯤엔 아프지 않고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고 믿었다. 감히.
그러지 말자. 조심해야 해 하면서도 뜨거운 물이 뜨거운 물인 줄 모르는 아이처럼 그곳에 손을 넣고 말았던거다. 울퉁불퉁한 마음 바닥이 조금 다져져서 매끈해졌을까 싶었던 내 기대가 공든 탑처럼 무너진 느낌이었다.
딱 한가지, 내가 마흔이라 가능하다 여겼던 유일한 점은 내게서 벗어나 나를 멀리서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이런 나를 경멸하거나 못난이 취급하지 않게 됐다는 것.
나는 이별한 줄 알았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믿었다.
제대로 듣게 된 옛노래에 난 왜 울게 됐을까.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를.
이해하기에도 너무 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