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중간중간 만나는 사람들.
#32
순례길에 재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을 만났다. '부엔 까미노!'를 외쳤더니 '부엔 까미노'를 외치며 인사를 나눴다. 보통은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치기 마련인데 영어로 어디까지 가냐길래 이런저런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 둘의 관계는 엄마와 딸, 멕시코에서 왔고 엄마의 생일에 맞춰 둘이 걷기 시작했단다. 딸은 대학교를 갓 졸업한 성인이고 엄마는 두 딸을 가진, 하지만 둘째는 하이킹을 좋아하지 않아 데려오지 못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데려오고 싶어 하는 어머니셨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랑 몇 살 차이가 안 났겠구나 싶네, 갑자기!
그리 얘기를 이어나가다 내게 자주 이런 트레킹을 해왔냐라고 묻기에, 그렇지는 않다고 그래도 여러 군데 명산들은 좀 다녀봤다고, 킬리만자로라든가 한라산이라든가... 얘길 했더니 자기들도 탄자니아에 다녀왔단다! 아니, 이런!!!! 멕시코에서, 한국에서 탄자니아로 얘기가 진행된다고?!!!!
탄자니아 모시에서 한 달간 아이들 영어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었다며, 이스테파니(딸)가 룰루(엄마)에게 '이런 이런 봉사활동이 있어, 나는 꼭 가보고 싶어!'라고 얘길 꺼냈단다. 보통은 '아이고, 그 위험한 델 뭐 하려고 가누?'라며 말릴 법도 하다. 룰루도 첫마디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위험할 수도 있는 곳에 널 어떻게 보내!' 하지만 뒤이어 '나도 같이 가야겠다!!!!'라고... 엄마, 멋짐 폭발! 그래서 둘이 이스테파니의 18세 여름방학에 함께 다녀왔다고. 이리 멋진 모녀라니!!! 나도 내 조카들에게 저런 이모가 되고 싶단 생각... 내 애를 키울 생각은 1도 없는 사람이니!
그리곤 멕시코의 역사를 듣고 한국 역사를 얘기해 달래서 짧게 얘기해 줬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미천한 나는 이를 통해 역사 공부를 진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래도 이스테파니와 룰루는 본인들은 보통 라틴 아메리카 역사와 유럽, 아시아는 중국에 관해서 아주 약간만 배우니까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알게 됐다며 기뻐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 물론 아직도 정리는 안 되지만...
역사, 책 좀 보자!!!!
그리고 봤더니 너무 많은 길을 와버려서 초기 계획 2는 떼려 치우고 초기 계획 1에 맞추기로 했다. 혼자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또 하염없이 걷다 미국인 할머니를 만나 Caldas de Reis까지 같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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