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Cafe solo 맛보기.

by 널리

#31


점점 기억이 흐릿해져 가니 무리를 해서라도 오늘, 내일, 안 되면 모레까지라도 산티아고 기록을 마무리 지어야 되겠다 싶은... 인간의 기억은 이리도 무섭다.

아침 일찍 이름 모를 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밀크티를 한 잔 하고 한국인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순례길에나 벌써 많은 순례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개와 함께 순례길을 걷는 커플도 보이고.


순례객의 수가 늘어난 만큼 이젠 계속 앞만 보고 걸으면 된다. 그게 나는 조금 싫었나 보다, 모두가 한 길만 있는 것처럼 걷고 있다는 게... 한참 일렬종대로 걷다가 좀 지루해져서는 순례길을 조금 벗어난 카페로 갔다. 큰 차들이 조금 다니긴 하지만 천천히 안전하게 움직였다. 기사식당 느낌의 카페로 들어와서는 가방을 내려놓고 Cafe solo와 눈앞에 보이던 도넛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계산을 했더니 다른 조그만 빵 두 개와 오렌지 주스 조금을 준다. 아... 이럴 거면 도넛을 안 샀을 텐데 싶지만 포장이 잘 되어 있어 가져가기로 했다.


빵이 생각보다 맛있다. 아주 싸구려 맛이 날 것 같은 비주얼이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커피는 내 입에 맞아 한숨에 들이켰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옷가방을 빼내고 반바지와 얇은 바람막이를 꺼냈다. 동이 트니 더워지기 시작해서 옷을 갈아입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난 기념으로 카페 라테를 한 잔 더 시켰다. 또 빵과 주스를 주려고 하기에 괜찮다고 사양했다. 이렇게 두 잔을 먹으니 2.50유로, 우리나라돈 3,600원이다(물론 시골이라 물가가 쌌다). 안 마실 이유가 없다. 너무 뜨거워 식혀놓고 계속되는 내륙길이 지겨워 바다로 가는 루트가 있는지 까미노 닌자앱으로 찾아봤다.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걷고 있는 빨간색 길이 아니라 옅은 갈색 길이 바닷가 쪽으로 나있다. 뭔지 모르겠기에 바로 페북 그룹에다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Camino Portugues Variante Espiritual이라는 걸 선택하면 제대로 된 맵이 뜬단다. 아하... 난 Official과 Senda Litoral만 사용했는데 그 외의 해안길이구나!!!


까미노 닌자 앱에만 이렇게나 많은 루트들이 있다! 어쨌든 그럼... 조금 돌아가든지 버스를 타고 가서 바다를 한 번 더 보고 갈까 싶다. 식혀뒀던 카페 라테를 후딱 마시곤 다시 일어났다. 조금 떨어진 버스 정류소에 가서 잠시 다시 검색해 보니...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 시간대가 하루에 두 번 꼴로... 하아... 포기해야 하나... 아님 순례길로 따라가다가 빠지는 길을 물색해 볼까... 고민하다가 앉아서는 아무 결론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다시 돌아서 순례길로 진입했다.


순례길에서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의 유튜브로!

https://youtube.com/@humanveings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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