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한국인 부부.
#30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한껏 미소를 띠며 내게 인사를 한다, Sabaris에서 아침에 같이 버스를 탔던 스웨덴 노부부 2쌍 중 장난기 어린 얼굴의 아내분:) 하하하하하, '여기서도 만났다며 반갑다고 운명인가 봐'라며 웃으며 'see you soon'이라며 보냈다. 그리고 한국인 부부가 내게 어디 묵냐면서 묻길래 바로 요 앞의 알베르게에서 묵는다며 점심으로 초밥을 먹으러 가던 길이었는데 체크인하고 같이 가시려냐 물었더니 아주 좋단다. Albergue Nacama Hostel로 가서 친구들을 데려왔다며 체크인을 돕고 잠시 서있다 밥을 먹으러 갔다. 초밥을 먹으려 했는데 셋이서 가면 중국식도 괜찮지 않겠냐 물었더니 너무 좋단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중국식당을 찾아 나섰다. 초밥집보다 훨씬 근거리에 있어 아주 조금만 걸었다. 들어갔더니 딱! 중국식당:)
간단히 새우볶음밥 세 개와 계란국 두 개, 완탕국을 하나 시키고 콜라도 하나 시켰다. 오래 지나지 않아 다른 한국인 두 분이 들어오셨는데 동행과 아는 사이인지 인사를 나눈다. 나는 눈인사만 살짝 했다. 나온 새우볶음밥과 국들은 딱 우리가 예상하는 그 맛, 남편분이 여기 와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다면 극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한식이 많이 그리우셨나 보다. 새우볶음밥에 함께 먹게 소스를 부탁했더니 피칸테(매운 거)라 묻길래 고개를 끄덕였더니 약간 시큼한 매운 소스를 가져다준다, 나쁘지 않다.
저녁엔 라면을 끓여 먹을까 싶어 밥이 너무 많아 남길까 했는데 다시 보니 라면을 파는 곳은 산티아고! 남기긴 뭘 남겨, 2/3을 다 먹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알베르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있자니 톨스틴이 같은 곳으로 와서 식사를 하고 있길래 다시 인사를 나눴다. 한 번 마주치기 시작하면 의도치 않아도 계속 마주치게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리셉션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도 그럴 게 Pontevedra는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이라 오랜만에 큰 도시로 온 김에 구경을 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프란치스코라고 소개한 그는 알베르게 주인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몇 번 경험하고는 여기에 알베르게를 차렸단다. 그러고 보니 한국 같으면 주인은 없고 알바가 할 법한 일들을 여기선 꽤 많은 주인장들을 만났다. 산티아고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올드 타운이란다, 거기서 해산물 타파스를 먹으라는 추천과 함께 스페인에 관한 아주 짧은 강의(?)를 들었다. 우리가 있는 지역인 갈리시아, 그리고 남쪽의 안달루시아, 마드리드가 있고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지역이라며... 크리스틴이 소파에 앉아있더니 나를 보자마자 자기가 크림으로 된 약을 샀다며 내게 무릎에 바르란다. 크리스틴도 발목이 좋지 않아 절뚝거리고 있었기에 일종의 파스 같은 크림을 산 것. 바르고 줬더니 사람들에게 누구든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쓰라고 했다, 1g이라도 무게를 줄이고 싶다며. 그 말에 남편분이 빵 터졌다, 저런 조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며 큭큭 웃음을 지으셨다. 그렇게 잠시 웃고 떠들다 들어와 잠시 낮잠을 잤다.
잠을 깨고 보니 어둑해질 시간이라 잠시라도 올드 타운을 보고 오자 싶어 두 분께 말씀드렸더니 본인들도 가보고 싶으시다길래 함께 길을 향했다. 몇 안 되는 구독자 중 한 분이기도 하고 심심하지도 않고 해서 함께 길을 나섰는데 흔쾌히 유튜브를 찍으라며 공간을 내어주셨다. 폰테베드라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으므로 주변 풍경 위주로 찍고 있자니 '딱 여기 중심지, 나 만남의 광장이야'라는 곳이 나와서 사진을 찍고 사람 구경을 했다.
그리곤 비둘기 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하늘색 티셔츠 소녀를 보며 '나 홀로 집에' 2편에 등장하는 비둘기 할머니를 떠올렸다. 이전에 한국에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새에게 먹이를 자꾸 줘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에 대한 뉴스를 어디서 봤는데... 그게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규제할 수가 없어서 그냥 놔두고 있다고... 여기선 그런 건 없나 보다 하며...
아주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아까 컵라면(한국식 아닌)을 사다 놨다며 오늘은 라면을 먹을 예정이라고 했더니 본인들도 여기 라면을 먹어보겠다 하셔서 슈퍼마켓으로 가서 라면 세 개를 사 왔다. 아주 작은 라면이라 남편분께선 두 개를 드신다고...
생각보다 괜찮은 맛에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역시 국물이다 싶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단순한 순례길에서의 삶에 몸과 마음이 점점 적응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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