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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린 Nov 23. 2022

몽상하는 바다

몽상하는 바다는 넓고 깊다.
몽상하는 바다는 새로운 기회이자 또 다른 선택이다.
몽상하는 바다는 운명을 뒤틀 수 있지만 세상과 척을 진 곳이다.


몽상하는 바다는 파도소리에 맞추어 고래들의 울음소리를 향해 깊이 잠수하도록 유도한다. 그들만이 들을 수 있는 노랫소리로 어둠에 잠긴 이들을 꾀어 바다로 이끌고 삶의 풍파에 흔들리는 이들을 유혹한다. 남을 의미가 없는 세상살이보다 고래가 되어 더 넓은 세계를 누리고 자유로운 삶을 주겠다며. 새로 태어나는 공간이자 세상의 오명 따위는 상관없이 모두가 공평한. 모든 과거와 과오는 그저 업으로 남을 뿐 모든 것은 0으로 수렴한다. 과거의 기억은 서서히 공백이 생기고 나 자신에 대한 존재마저도 잊어서 갈 곳 없던 이들도 저마다의 꿈을 위해 유랑한다. 원한은 짙게 물들어 영혼에 각인되어 있지만 원한이 생긴 이유나 과정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한을 풀지 못해 미친 사람들은 감정에 잠식되어 구천을 떠돌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해하기도 한다. 이곳에서의 규율은 없다. 그저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주어질 뿐 나머지는 개인의 역량이다. 정의를 행할 이유도 없고 정의를 심판할 자들도 없다. 불의는 그저 신의 유희이며 차사들의 놀음이다. 몽상의 세계는 우리들의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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