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칠월의 앤 Aug 24. 2024

내가 보는 한국

세상에 던지는 물음 1. 광복절 경축사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다. 내 브런치를 정치토론의 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골때리는 현상들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래서 대한민국이 지닌 현재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더 이상 모른 척 방기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름의 용기를 내어, 광복절 경축사관한 갑론을박, 그리고 의료대란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우선 첫 번째, 광복절 경축사와 진영논리에 빠진 대한민국.


2024.8.15 광복절, 말 그대로 빛을 되찾은 나라를 기념하는 이 고귀한 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민들이 피를 흘러가며 36년 동안 염원하던 그런 날이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식민화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그 시기, 독일 나치와 함께 전 세계 장악을 노렸던 일본의 제국주의가 몰락하게 되면서, 그리고 유럽대륙에서는 독일나치와 이탈리아 무솔리니 체제가 연합군에 의해 무너지면서 다수의 국가들이 해방(liberation)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다수의 날들은 이 날을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라고 정의하고, 이를 국경일로 삼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연다. 이 날을 기념하고자 하는 목적은 크게 2가지다. 역사의 고초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을 대상으로 주권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식민지배를 힘의 논리만으로 정당화했던 과거의 비윤리적 태도를 반성하자는 계기 제공이다.


이번 해 7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찬찬히 읽어보며, 한국의 대통령이 추구 그리고 강조하고자 하는 가치는 '자유'에 있다는 것을 금방알 수 있다. 그의 축사의 들어가는 말에 우리 국민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위대한 역사를 써갔고, "그 위대한 여정을 관통하는 가치는 바로 자유"이며,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자유로운 투쟁의 결실을 통일로 달성해야 한다면서, 통일을 위한 3가지 목표로 '우리 국민들의 자유로운 가치관 확립, '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열망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 '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연대'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물음 던지는 부분은 크게 2가지인데, 바로 이 정부가 정의하는 '자유'란 도대체 무엇이며, 그리고, 왜 우리 국민들의 자유로운 가치관이 정부가 제시하는 논리여야만 한다는 것인지 이다.


'자유'와 '해방'은 조금 다른 말이다. Freedom 그리고 Liberation. Freedom 스스로의 존립, 그러니깐 독립에 더 가까운 말로 나는 이해한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라는 말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한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자연스러운 공급과 수요로 시장을 형성과 균형점을 모색하는 경제 구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Liberation은 횃불을 든 여신상, Statue of Liberty처럼, 속박으로 벗어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두 단어는 혼용돼서 쓰긴 하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정부에서 말하는 '자유'가 제발 나를 내버려도라는 건지 독립적인 사고를 의미하는 것인지 도통 헷갈린다. 그리고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이 개념을 국민들을 대상으로 왜 사상주입하듯 강조하는 것인지 논리적 연계성이 조금 허술해 보인다. 이 경축사 전문을 읽어보면 마치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를 위협하는 사이비 지식집단을 척결하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위협하는 사회주의자들을 이 세상에서 몰아내기 국제사회(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손잡고 나아가자. 이렇게 해석될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본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의 거대 두 정당 모두 지지 않는 인지적 무당층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국가란 다양한 의견이 '자기 검열'없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이 모든 의견들이 자유롭게 공유 그리고 토론되는 국가다. 그 누구는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표출하되, 그 방식이 남을 헤치지 않으면서 성숙한 자세로 타인의 의견도 무조건적인 반대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 합의점을 모색해 나가는 것. 그 방향을 추구하는 국가가 나는 참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이 안에서 사람들의 의견과 처한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른 관심사를 가질 수 있고, 그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성숙한 국가는 어떤 의견을 가진 국민이 되었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하며, 내일 당장 일자리가 없어져도 먹고사는데 걱정을 덜어주고,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공격을 막아 전쟁 없는 사회를 조성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경축사에는 과거 피지배국가로 핍박을 받았던 국가로서의 내용 그리고 주권회복을 위한 독립열사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룩했다는 내용보다는 조금 얼기설기한 '자유-통일'이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도대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순국선열들의 정신은 경축사 어디에 제대로 녹아있는지 조금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 경축사는 역사 상기 측면에서 매우 미흡한 그런 연설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리고 더 큰 개념인 '국론'은 철저하게 두 갈래도 나뉘어있다. 서로의 의견을 듣지 않기 위해귀마개를 하고, 마치 대통령이 말한 '사이버 지식인'은 모든 진영에 깊숙이 파고들었을 뿐 아니라 도처에 널려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궁극적인 물음을 끊임없이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도대체 지금 한국이란 사회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진영의 논리 속에서 내편과 네 편을 끊임없이 가르며, 모두가 '군림하기 위해' 악착같이 고군분투하는 마이너스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