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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적휘적 Mar 12. 2024

경쟁의 복음적 정의

교회에서 가르쳐야 할 경쟁이란

 

세상은 무한 경쟁 궤도에 올라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경쟁은 시작된다. 그 결과 성과, 능력주의 사회가 형성되고 이는 어김없이 대물림된다. 아이들은 수평적 사고를 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특히나 경쟁에서 이겨도 성공이나 보상을 약속 받을 수 없는 사회 속에서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경쟁의 결과만이 중시되다 보니 그릇된 가치체계를 세우고, 오로지 목적만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서 나타난다.


그렇다고 경쟁을 아주 배제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무언가를 행함에 있어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경쟁은 필연적인 것이다. 아담의 원죄 이래로 깨어진 세상에서 경쟁으로 인한 그릇된 결과와 그 과정들 역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세상의 기준과 가치와는 다른, 성경에 기반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복음을 전하는 길이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가치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경쟁에 있어서 동기가 되는 것은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목적에 있다. 그렇다면 가치란 무엇인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인간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다.

또한 그것을 가치로 인식하는 배경이다. 돈을 가치로 둔다면, 경쟁의 승리는 당연히 부의 축적일 것이다. 돈의 많고 적음에 부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권력을 가치로 인식한다면 어느 자리에서건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자 하는 권력을 취할 것이고 이는 곧 경쟁의 승리가 될 것이다. 자신의 의지를 어느 정도로 제한받지 않고 펼칠 수 있느냐가 가치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적 구조 속에서 쟁취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상대성에 기인하는 가치 불균형이 많은 사람을 경쟁의 부정적 측면으로 이끈다. 때문에 우리는 위와 같은 그릇된 가치체계를 새롭게 해야 한다. 세상에서 제시하는 매혹적인 가치가 아닌, 아주 새로운 가치를 갖는 것이다.     


먼저는 내면의 변화다. 경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외부적 요소의 변화가 아니다. 내면이다. 복음으로 인한 내면의 전복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모든 가치체계는 자신이 가지고 살아가는 세계관 위에 형성된다. 인간의 죄악된 본성을 품고 있는 한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죄로 점철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은혜의 불균형이라고 느끼는 가치체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본성적 가치체계를 뒤엎을 만한 절대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복음이다.


복음은 기존의 죄악된 세계관, 즉 가치체계를 뒤엎고 성경을 뿌리로 하는 가치체계가 형성되도록 이끈다. 우리 내면이 복음화된다면, 세상의 가치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가지고 기존에 인식하던 문제와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전복이 일어나는 것이다.

복음으로 전복되어 새로운 가치체계를 가지게 되면 그것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어진다. 시선이 향하는 곳이 달라지며, 사명을 알고 감당하게 된다.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되, 맹목적이지 않게 된다.      


여기서 자본주의 사회 속 경쟁과의 차이가 드러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속 경쟁은 오로지 자신에 집중한다. 하나님은 물론이요,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조차 눈길을 주는 것은 큰 사치다. 자신이 드러나야 하고, 자신이 잘 되어야 하며 자신의 목적을 이뤄야 한다. 오직 자신뿐이다. 모든 능력은 자신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며 그에 따른 성과도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타인이야 어찌 되는 상관없다. 심한 경우에는 타인을 부당하게 짓밟고서라고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복음으로 전복된 가치체계에서의 경쟁은 혼자 가지 않는다. 섣불리 속도를 내지 않는다. 경쟁자로 불리는 타인들을 돌아볼 줄 알게 된다.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협력하고 같이 가려 하게 된다. 그것은 절대적 선이자 가치가 되는 복음과 하나님의 영광에 기인할 것이다. 공존, 올바른 가치체계가 회복되고, 불균형 속에서도 성실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공의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때 비로소 우리는 선한 경쟁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자신에 집중되어 있던 시선과 마음이 타인을 향함으로 시작된다. 복음의 가장 중요한 가치, 이웃 사랑이다. 타인을 위하는 자신의 사명에 대해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이 되므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가장 첫 번째 계명을 지키는 것이 된다. 내면의 복음적 전복은 반드시, 사랑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경쟁 속에서 발생하는 맹목적 목적의식, 승리와 패배, 다툼 등은 무의미해진다. 이것들을 느끼고 행하는 것은 우리의 연약한 죄성 때문이다. 그러나 복음으로 죄성이 깨어진 시점에 이미 이기적 경쟁으로 인한 모든 것들은 힘을 잃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자이신 하나님은 곧 사라질 것들에 연연하던 우리의 그러한 모습조차 탓하지 않으신다. 감사할 일이다.


교회는 세상의 기준과 구조를 거슬러야 한다. 역행하며 살아가야 한다. 경쟁적 구조는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요구하는 경쟁의 개념과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안 될 일이다. 절대적 진리, 복음에 의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 그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이자 성도 된 우리의 마땅한 몫이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이 아닌, 선한 경쟁과 공존으로 부단히 나아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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