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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Feb 21. 2023

2. 갈까? 말까?

시골쥐와 서울쥐의 뒷이야기

1편 이야기.

https://brunch.co.kr/@rosa1202/32


2. 갈까? 말까?


 짐을 싸서 출발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야옹~" 소리가 들렸다. 시골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곡식 자루 밑으로 몸을 숨겼다. 

"그렇게 당하고도 다시 서울로 가겠다고?"

시골쥐의 여자친구가 말했다. 그녀는 시골쥐가 서울에서 돌아왔을 때 아무 말도 없이 음식을 갖다주고, 잠자리를 돌봐주었다. 정신을 차린 뒤 추수를 하는 동안 시골쥐는 그녀에게 자신이 서울에서 겪었던 일을 모두 말했고, 그녀는 잘 돌아왔으니 다행이라며 그를 위로했다. 하지만, 먹어보지도 못하고 냄새만 맡았던 치즈케이크와 화려한 음식들은 그리 쉽게 잊히지 않았다.

"무슨 일을 당했다고 그래? 난 서울에서 아무 일도 없었어. 이것 봐. 이렇게 살아있잖아."

"..."

"야옹"

"으악!"

시골쥐는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츠렸고,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서는 무서운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 봐, 고양이 소리만 듣고도 몸을 떠는 사람이 무슨 서울을 간다고 그래!"

정신을 차리고 몸을 세우니 그녀가 팔짱을 끼며 고양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장난도 정도껏 해야지. 놀랬잖아."

"장난한 거 아니야. 당신이 또 떠난다고 할까 봐 미리 연습해 놓은 거야. 당신 성격상 한번 하고자 하는 일은 꼭 해야 되는 성격인걸 아니까."

"그걸 안다면서 나한테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야? 누구보다 날 잘 아는 사람이"

"잘 아니까 그러는 거야. 당신은 사람들한테, 그리고 고양이한테도 죽을 뻔했어. 운이 좋아 살았지만 다음엔 택도 없어. 죽음과 맞바꿀 만큼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음식들이야? 여기선 그런 걱정 없이 죽을 때까지 편하게 먹고살 수 있어. 왜 쓸데없는 짓으로 이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해? 제발, 정신 차려."

"그래, 그건 그렇지. 난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아서 살아왔다는 걸 잊고 있었어. 당신 말이 맞아. 다신 서울 갈 생각하지 않을게."

"그래. 섭섭해도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리고, 내 말 잘 들어줘서 고마워."

"응. 피곤하다. 나 먼저 가서 잘게."

"그래. 잘 자."


시골쥐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휘두른 빗자루를 맞으며 황급히 숨었던 기억, 뒤이어 나온 고양이에게 잡아먹힐뻔한 아찔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 사이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코를 자극하는 음식들이 한가득 놓여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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