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각하며, 마치 도로 위의 넝마, 이 사내와 여자처럼 살아가던 때가 있었다. 그들의 옆구리에 꽂았던 검은 주유기가 없었더라면 이들도 탈탈탈 하는 소리와 함께 서울의 밤과 함께 저물어 갔겠지. 그리고 나 또한 주렁주렁 매달은 주위 사람들이 주유기처럼 꽂혀있지 않았다면 함께 저물어 갔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조금 더 길을 가는 이들이, 조금 더 길을 가니까 또 갈 수밖에 없던 이들이 아파하며 걸어오는 나와 얼핏 같은 서사를 지녔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실습용 재료였던 때가 있었다면, 정말 찬란히 저물어가는 노을 속에서 굉음을 내뿜으며 서울의 도로를 가로지르던 때가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롤러코스터가 위로 올라가면 다시 내려간다.
다시 내려갔다면, 또다시 올라갈 일이 있을 거라고.
거추장스러운 아름다움 없이 그냥 앞으로 향하는 시니컬이 조금은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나도 서울의 밤 속 빛이 나는 별이 되는 순간이 오겠지. 잡스러운 튜닝 없이 엔진과 바퀴만 있으면 그냥 나도 굴러가야겠다. 저무는 순간들은 도로 위의 돌처럼 생각해야겠다. 덜커덩하는 소리 정도야 채찍으로 생각하면 되지. 뿌연 매연이 사뭇 진지했던 고민들을 대변할 것이다. 그리고 곧 삐죽 뽑힌 공기 속으로 흩어질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