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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씨 Dec 10. 2020

2. 주말부부, 주말고양이

그렇게 너는 커가는구나.

그렇게 고양이와 한 식구가 되었다. 평일에는 아이들과 서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고양이와 마주칠 일은 없었다. 주말부부처럼 주말마다 보는 주말고양이가 되었다.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다. 아깽이 러시안블루는 정말 귀여웠다.


너무너무 작고 귀여웠다. 그건 인정.


아이들은 아깽이에게 “꾸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드디어 진짜 가족인것이다. 아이들은 주말마다 아빠와 고양이 꾸미를 보러 가는 걸 너무 좋아했다. 모였다하면, 아이들과 아빠와 꾸미는 서로 모여서 사진을 찍고 놀아주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럼 나는?


자유다!


그렇다. 나는 자유를 얻었다. ‘꾸미님’께서(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았다) 나에게 자유로운 주말을 선사한 것이다. 주말부부였던 우리는 만날때마다 똘똘 뭉쳐 가족애를 확인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것처럼 주말마다 어디를 갔고 무언가를 같이 했다. 하지만 매번 그런 주말을 보낸다는 건, 솔직히 부담이었다. 나도 가끔은 주말에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다구.



여하튼 주말에 대전에 내려갈 때마다 나는 꾸미와 바톤터치하는 기분이었다. 꾸미는 아깽이라서 너무 활동적이었고 나는 그게 또 무서웠다. 핑계가 아니라 실제로 무서웠다. 그덕분에 신랑이 사는 집에 있는 방 한칸에서 나는 혼자 있곤 했다. 그리고 그 핑계로 낮에는 가끔 나가서 커피점에 있기도 했다. 그게 참 마음이 편했다. 꾸미과 아이들, 아이아빠가 같이 있기 때문에 마음의 짐도 덜 수 있었다. 가족이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은 그 시간에 대한 부담과 책임에서 가벼워질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인간가족+고양이가 아니라, “인간들+고양이+고양이와 함께 하긴 어려운 인간 한명”의 조합은 우리 가족의 다른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인간만으로 이루어지는 가족에서 반려동물 꾸미는 다른 애정의 영역을 만들어주었다. 수학의 정석 앞부분에 나오는 집합에서 원 하나가 새로 겹쳐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깽이 꾸미가 무섭고 조금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아깽이 꾸미 덕분에 나는 여유를 얻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꾸미와 한가족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그렇게 매주 커가는 꾸미를 보면서 멀리서나마 그 존재를 계속 각인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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