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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씨 Dec 10. 2020

한겨울, 난로 나눠쬐는 그런 사이야.

내 옆자리에 너 있다.

feat. 커버그림. 나의 첫째 딸


이곳으로 이사온지도 2년. 그 말은 꾸미와 함께 지낸지 벌써 2년이 흘렀다는 뜻이다. 그 사이, 앞에 쓰려고 잔뜩 기획해두고 드문드문 써두었던 이야기들이 또 서랍속에서 묵혀지는 중이다. 그런데, 문득, 그녀(꾸미)와 내가 부쩍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늦은 밤 “지금” 글을 남기고 싶어졌다.


이곳은 집은 넓다. 그런데, 내가 워낙 묵직한 가구를 두지 않아서 그런걸까? 아파트가 오래되어서 그런걸까? 한마디로 춥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난로를 켠다. 난로가 있는 곳 반경 2미터 정도가 내가 주로 머무는 곳이며 그 중심에 식탁이 있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난로는 식탁 아래에 있다.


약 2년여간 꾸미와 영역다툼을 했더랬다. 꾸미가 있는 곳에는 내가 없고 내가 있는 곳에는 꾸미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국경이 항시 존재했다. 그런데, 추위 앞에 장사 없는 걸까?


난로앞에는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항상 모여들었고 수줍어하던(?) 꾸미도 어느새 한자리 잡고 편히 쉬기 시작했다. 아이들 둘이 모두 등교하던 날, 큰 집에 나와 꾸미만 있는 때에도 이젠 꾸미는 자연스럽게 난로앞에서 몸을 웅크린다.


측은지심이라 했거늘....그래 너도 춥겠지. 난로의 온기 정도는 너와 나누어도 되겠지?



그래서 늦은밤 지금도 기꺼이 나누고 있다. 평소에 꾸미와 나의 사회적 거리는 최소 2미터 이상이었지만, 추위가 찾아오는 겨울밤에는 그저 난로를 사이에 두고 그냥 그렇게 같이 공존하는 걸로.



그런데, 이 녀석 자꾸 내 영역까지 넘본다. 식탁위에 있는 물건을 떨어뜨리질 않나. 식탁에 있는 꾸미의 최애탬인 물티슈를 물어뜯으려고 나 몰래 몸을 일으킨다. 어이, 그러지는 말지?


지킬건 지키자. 그래야 같이 오래 살지 않겠나?


p.s 결국 글은 현재, “지금” 가장 쓰기 좋은 것 같다. 머릿속에 있는 대단한 생각보다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순간 바로 써내려가는 찰나의 마음이 소중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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