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세 가지 사건
1. 처음에는 괜찮았다. 당신의 집 구한 이야기, 집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고,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는 게 대단해 보였다. 단지 묻지 않은 이야기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했던 1시간을 훌쩍 넘어가며 계속 묻지 않은 자기 이야기들이 많이, 빠르게, 쉬지 않고 계속되자 점차 눈의 초점이 안 맞고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자리라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했기에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아닌가. 잃었을지도 모른다.
2. 대화가 (겨우) 끝나고 보니 단톡방에 장문의 톡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함께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모임이고 내가 실무자다. 멤버 한 사람이 잘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들은 우리 일에 대한 비판을 단톡방에 길게 공유했고, 내게 그 사람과 연락할 것을 요구했다.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고 무슨 상황인지 몰라 황당했다. 어쩌라는 거죠.
3. 성향이 많이 다른데 나와 친해지고 싶어 부담스럽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어서 은근슬쩍 거리를 뒀다. 그러다 갑자기 장문의 카톡이 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정한 것 같은데 자신과는 길게 대화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다고. 너가 부담스럽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말할 수 없어서, 내가 정서적이지 않고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둘러댔다. 여러 번 톡이 오갔는데 마지막 톡은 확인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숨막히는 사건이 오늘 저녁에 동시에 일어났다. 집으로 가는 길에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올랐다. 특히나 세 번째 사건(?)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사람은, 관계는 왜 이리 어려운가.
스스로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약한 멘탈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 하나 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모두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익숙했고, 어느 정도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 편해졌다. 작은 갈등에도 허덕거리는 얕은 마음을 가진 심약자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의미는 친밀한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관계를 잘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다 '의미는 알았으나 추구하지 못하고 살다'라고 유골함에 쓰이는 건 아닌지.
보통 이런 글은 통찰이나 깨달음으로 끝나던데, 나는 아직 멀었나 보다. 아직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모르겠다. 누워서 쇼츠나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