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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by 제니아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몰랐다. 처음 1월 배정작업에서 주일미사를 면제해 달라는 알량한 요구사항을 적어낼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이유는 지난달 강진 여행을 출발할 때 담당 전례를 바꾸고 소화하는 데 애를 먹었던지라 이번 달의 주말은 여유 있게 확보하자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들어주시지 않았다. 보란 듯이 첫날 미사, 말일 미사, 설날 미사는 물론 특전 미사와 어중간한 2독서는 내 이름이 박혀 있었다. 나 특유의 긍정모드. 그래. 뭔가 뜻하는 바가 있으시겠지. 하며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지난주 목요일 새벽 해설에서는 보좌신부님의 강론이 활기찼고 이틀 후 토요 특전 미사는 생각보다 편안한 톤으로 읽어내렸다. 독감으로 구원요청이었던 이튿날 주일 새벽 해설은 바꿔드린 형제님과 더 친밀해졌고 그 날엄마의 연미사를 위해 찾아간 명동성당의 교중은 일찍 도착해 앞 시간의 미사에서도 영성체할 수 있었다.


한결같은 제목으로 구원 기도는 이어진다.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이다.


‘말을 잘하면 아나운서이지. 너의 그대로를 원할 거다. 그만큼으로도 너는 충분해’

내가 원하는 바를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하는 게 더 편하다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내게 용기를 준다. 그녀는 오지랖이 넓고 내게 호의적이다.


‘한 해 동안 정통주를 빚은 얘기를 하고 글쓰기를 자랑해봐. 브런치스토리 작가도 은근 비춰보렴.’

’방송대 5개 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너를 증빙해줄 거야.‘

’네가 안 되면 누가 된다는 거지?‘


이 과정이 잘 이루어져 나를 그곳으로 소개하신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져 나를 온전히 인정하고 대견하게 생각하는 나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져 선한 영향력의 주인공이 되고 싶고 몸과 맘이 건강한 제2 인생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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