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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노노 05화

바야흐로 봄나물 시대

by 제니아


'딩동!' 현관 벨이 울린다.

‘소포 요!’


작년 가을, 강진 일주일살이 때 묵었던 숙소의 사모님이 쑥과 머위잎을 챙겨 보내셨다. 봄날이 무르익어 지금이 가장 좋은 나물의 계절이라며 챙겨 보내신 건데 나는 쑥으로 홍어애탕을 끓이고 머위잎 김치를 담갔다. 알맞게 익으면 적당한 이들과 나눠 먹을 것이다. 신랑은 사서 고생이라고 살짝 구박하지만 이러면서 사는 게 나의 작은 행복이다.


어제는 집에 들른 녀석들과 저녁 한 끼를 나눈 후 남겨놓은 잡채와 양념게장 LA갈비 찜 등을 챙기고 마늘쫑과 꽈리멸치를 볶고 봄동을 삶아 된장에 조물조물하여 새로 무치고 알맞게 익은 열무김치를 담아내어 한 짐을 꾸리다. 여기에 콩나물 김칫국과 작년 겨울의 김장김치를 한 통 가득 덜어내 시누이 집으로 향했다. 며칠 전 오빠 생일이라고 선물을 보내온 것에 대한 답례인데 본인도 좋아하지만, 신랑이 더 좋아하는 걸 보면서 역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강진 박스에 무도 하나 들어있다. 반을 갈라 무채와 무나물을 하기로 한다. 노노에서 배운 래시피를 참고하여 두 가지 반찬을 하려는데 노노에서는 남자 생도들이 많아 칼 잡는 법을 연습하기 위함이요 다른 하나는 우리 어릴 적 냉장고가 없을 때 밭고랑에 두둑을 파고 저장 무를 묻어두고 봄에 캐내어 요긴하게 먹던 무가 가장 맛있을 때인 것이다. 무채는 집마다 내려오는 가정식초를 새콤하게 하여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찬인데 여기에 오징어를 넣거나 해산물을 첨가하면 그만이다. 신맛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할머니는 무채 반찬을 아주 잘 만드셨다. 무나물도 요긴한데 제사 때면 빠지지 않고 제찬으로 올랐던 품목이다. 여기에 들깻가루를 적당히 첨가하면 고급 반찬의 반열에 오른다.


홀몸 어르신의 도시락 봉사메뉴로 첫 주 맨 먼저 이 둘을 첨가한 것도 이러한 의미이리라.

‘무채의 굵기와 소금에 절이는 것을 기존 내 솜씨에 보태면 되겠군.’


한땀 한땀 채취한 머위잎을 보면서 봄나물도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올해는 산불까지 겹쳐서 임산물의 생산이 얼마만큼은 지장이 있을 것이고 이리 산나물 타령을 하기에는 적당치 않은 시기인 듯하다. 이재민의 생활도 재정착 하기까지는 어렵기만 할 것이다. 다행히 맹렬하게 산야를 태우던 불길은 잡혔다고는 하나 그 후유증은 얼마만큼일 것이며 어르신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해질지 아득하기만 하다. 단순한 생각에 서울 사는 아들이 부모님을 모셔와야 할지, 아니면 불탄 그곳에 새로 집을 지어드려야 할지.


바람끝이 차다. 살짝 얇은 옷을 입고 나선 외출에 목도리가 요긴하다. 다 왔다고 생각되는 봄날이 이리 더디고 거기에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수없는 일들이 겹친다.


오늘 저녁은 무나물과 함께 머위잎을 밥 위에 걸쳐 한술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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