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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반 모임 후기

by 제니아

성당, 반 모임 후기-가짜뉴스의 현장에서


<이번 주 토요일, 반 모임이 있습니다.>

우리 구역 젊은 반장의 연락이다. 그녀를 처음 본 건 그이의 집에서 신부님을 모시고 구역 미사를 드리던 날이었다. 손님을 집으로 청하는 것과 미사 의례를 위해 단상을 꾸며야 하고 참석하는 신자들의 접대를 위해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기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평소 어찌나 살갑게 교우들을 대한 것에 보답인 듯이 현관문 밖에까지 빼곡한 신발을 마주한다. 시간에 즈음하여 신부님이 도착하시고 미사를 무사히 마친 후, 그녀는 30여 명의 참석자에게 만찬을 베풀었다, 빵과 케이크를 굽고 샌드위치와 유부초밥을 만들고 취향을 고려한 떡과 온갖 과일까지…. 수고를 치하했더니 모두 도왔노라고 손사래를 친다.


반 모임과 따로 성당에서 손이 필요한 때, 그는 문자를 돌린다. 감사하게도 개인 톡을 준다. 나는 별일이 없으면 참석하는 것으로 한다. 직장을 핑계로 새벽 전례만을 담당하고 내 주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시간이 갔다. 솔직하자면 전례단이라는 것에 선민의식을 가졌을까? 주변인에 깜깜이다. 하여 이제는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손길을 가지려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나의 전례를 알고 있었고 신참 새내기의 반 모임 멤버로 기꺼이 환영해주었다.


오늘도 야쿠르트에서 윌을 미리 주문해 구비한 다음, 시간에 맞춰 성당으로 나선다.


성호경을 긋고 반 모임 시작을 알린 뒤 먼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한다. 그런 다음 매일 미사 책의 복음 말씀을 세 번 윤독한다. 시계방향으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구절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한다. 이어서 자유 토론한다.


그 자유시간이 화근이었던가. 곱게 나이 드시고 시계방향의 구절에서 실감 나게 소개한 그분은 ‘우리 반 기존 멤버 몇 분이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서로 정치 얘기를 하게 되었고 끝이 나지 않았고 결국은 중재자에게 편파적인 편을 든다면서 항의하는 데까지 이른 뒤 세 분 모두 반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라고 했단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나를 가짜뉴스의 현장에 있게 했다. 나로 하여금 가장 실감있게 애석하게 추임새를 하게 했다. 그분은 최불암 아저씨가 밤사이 별세했다고 말한 것이다. 아무도 못 들었다면서도 전원일기의 김수미 님을 소환했고 <수사반장>부터 <한국인의 밥상>까지 애도의 의견이 몇 순배 돌았다. 나는 인생의 덧없음을 가차 없이 실감한 순간이었다.


구역장의 공지 사항과 반원의 건의 사항을 얘기한 후 마침 봉독을 하고 집에 왔다.


가짜뉴스를 확인한 건 집에 돌아와 운동을 다녀온 뒤였다. 유튜브를 보면서 현실과의 괴리현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문제를 실감했다. 나 또한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고 추임새를 하며 공감하고 감정의 일렁임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허탈하고 반성했다. 또 생각해본다. 그분과 나와 그다음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방법은 없는 것인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단 몇 시간 나만의 헤프닝으로 끝난 일이라는 것에 위안해야 하는가. 기분은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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