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캘리그래피2
노노스쿨의 수요일 수업에서 김선숙 선생님의 강의로 첫 그린나래 캘리그래피를 만났다.
캘리를 접해본 기억이 없어 강의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의욕에 넘쳐 이번 수업을 고대고대 기다렸다.
평소 글씨를 곧고 반듯하게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이번 수업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첫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게 다가왔다.
과연 만만치가 않다. 획을 그을수록 내 글씨는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고, 붓펜 끝은 자꾸만 어색하게 흔들렸다. 글씨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기사 세상사 쉬운 게 어디 있으며 그러하니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린나래 강사님은 글씨가 자유자재로 일필휘지인데다 말씀이 당차며 힘이 느껴진다. 반면 내 글씨는 한없이 왜소하기 그지없다.
글씨는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의 결과라며 잘 쓴 글씨를 외워서 따라 쓰는 것이 캘리라고 하신다. 아니 잘 외워서 그리는 것이란다.
적잖이 안심이다. 엉덩이 힘, 끈기 하면 누구 못지않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 서툶 속에서 나아가고 싶은 매력적인 길이 보인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하여,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글 한 줄을 전할 수 있게 되기를.
수업에서 명함에 내 이름도 쓰고, 용돈 봉투에 덕담도 새기고, 우리 도시락 가방에 함께 넣어 배달 될 인사말도 새겨 넣는다. 슈링클 작업으로 키링도 만들고 최애사진에 인생멘트도 새겨넣는다.
이래서 글씨에 마음을 입히는 것일까?
글씨에서, 선택하는 글에서, 작업하는 모습에서, 글 쓰는 이의 심리를 알 수가 있다고 했다.
캘리 일기장에 하루일지를 써오라는 과제로
그 내용에는 반성, 감사, 내일 바람이 들어가도록 하라고 하셨다.
간단히 석 줄 정도의 메모라도 좋다.
기계적인 멘트보다는 이런 바람을 캘리로 나타내면 좋겠다고.
캘리그래피를 잘하는 사람은 글씨를 통해 자기 마음을 아름답게 드러내고, 그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서 매력적이다.
햇빛은 옅어지고 바람끝은 살랑이며 따듯한 카페라테 한잔의 맛은 깊다. 이리 좋은 계절에 만난 캘리수업이 의미 있는 문구를 찾아 의미 있는 문체로 내 마음을 입혀 전해질 수 있다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이 흐르고,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며,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는, 모두 노노스쿨 생도가 된 것을 감사해하며 수업안이 얇아지는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