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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노노 24화

노노, 가을 나들이

by 제니아

노노스쿨, 가을 나들이

아스라이 떠오르는 추억, 가을소풍이다.

어릴 적 가을 소풍은 어느 문중산 언덕바지였는데 목적지까지 들녘으로 이어졌다. 황금빛으로 고개 숙인 벼 이삭, 바람에 부서지던 억새, 알곡이 빼곡한 밤송이들이 계절의 선물처럼 우리 곁에 있었다. 아련한 그 기억이 이번 나들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오늘, 노노스쿨 생도 스무 명은 서울식물원으로 가을 소풍을 떠난다.
식물원 주변 공원은 몇 번 발걸음을 한 적이 있지만, 정작 그 안은 아직 미지의 공간이라 호기심이 인다.


아침부터 조리실은 분주하다. 한식시간에 오늘 소풍을 위해 소풍 하면 빠질 수 없는 김밥수업이 마련돼 있고 정성스레 과일 깎는 법까지 배운다.

김밥은 ’웬만한 주부라면 어렵지 않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명숙선생님의 수업은 한 끗 차이다. 뒤집은 후 눌러주기, 가장자리가 이리되면 뒤집어주고 그때 불은 한 단계 낮게 조절하기, 김밥을 꼬다리 없이 하는 법, 가장 중요한 것은 맘에 안 들면 내 맘대로 하기...

오늘 김밥도 마찬가지. 그동안 난 재료가 한쪽으로 몰리거나 김밥 옆구리 터지거나여서 한껏 재료준비를 하고도 마무리가 완전치 않았었다.

과연 오늘도 김밥옆구리가 터진다. 할 수 없는 일일세.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니 멀쩡하다. 아쉬운 대로 재료가 몰린 김밥과 무스비로 도시락에 챙기고 방금 깎기를 배운 과일을 종류별로 담아 미소된장국과 물을 챙겨 각자의 가방에 담아 소풍길에 나선다.


노노에서 식물원까지 가는 도심의 가로는 가을빛이 역력하다.

빌딩사이 심긴 나무와 잡목은 어느새 단풍이 내려앉았다. 도심 가을빛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 걷게 되니 마음이 들뜬다.

이번에는 조별로 움직인다. 다섯 명이 모여 도시락을 만들고 걷고, 웃고, 이야기한다. 함께 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다. 식물원 야외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오늘의 소풍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가을이 남겨주는 선물 같은 하루이다.

점심식사 후, 식물원에 입장권을 발급해서 순차로 들어가는데 입장권을 면제받은 한 선생님의 말씀.

“얼른 나이들 드세요. 좋은 점 엄청 많아요."

서울식물원은 꽤나 잘 꾸며진 공간이다.

인간은 식물이 만들어낸 산소를 마시고 식물을 경작해 음식을 만들며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식물에 의존한다.

논밭의 작물에 비해 화분의 의미를 그동안 과소평가한 경향이 있었으나 선선한 바람이 스며드는 가을, 전시온실에서 펼쳐지는 식물이야기를 접하고 온실의 포근한 빛 속에서 반짝이는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을 마주한다.

모두 함께 전시관을 구경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주변도 한 바퀴 돌아본다.

오늘은 어린 시절 가을소풍과 엄마김밥, 우리의 나들이와 가을정취가 대비되어 다가온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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