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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Dec 10. 2024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출간 소식

#살다 보니 새벽 러닝 # 살다 보니 계약 작가 #이제는 비공개 처리  

 요즘은 러닝을 오전 6시 반에 하고 있다. 

딱 30분. 5킬로를 못 채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30분 언저리에서 스탑을 누르고 러닝 머신에서 내려오려고 노력한다. 흥이 오르면 어쩔 수 없이 5킬로를 채운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러닝 루틴이다. 요가를 하는 수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불청객 같은 불면의 밤을 보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엔 무조건 달린다. 아직 밖은 컴컴하고, 헬스장엔 얼핏 서 너 명으로 보이는 입주민들이 체력 단련을 하고 있다. 아저씨도 있고, 청년도 있고, 러닝 머신 위엔 연보라색 티를 입은 젊은 여성이 걷고 있다. 나에게 가장 익숙한 러닝머신으로 올라가 발목을 돌리고 기지개를 켠다. 밖이 컴컴하니 창문이 거울처럼 달리는 내 모습을 보여준다. 자세를 교정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아도취. 약간의 나르시시즘일까? 달리는 내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달리며 생각한다. 내가 쓴 첫 동화의 주인공 '나나'에 대해. 지금 나나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맞나? 재밌나? 나나의 그럭저럭 일기장을 책으로 읽을 미래의 독자들에게 나나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그렇다, 작년 11월부터 약 한 달간 나의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했던 동화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이 출간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나나의 여름방학과 2학기, 즉 열두 살의 후반부를  완성하기 위해, 썼다 지웠다 다시 썼다를 반복하는 그토록 바라던 '쓰는 인생'을 살고 있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다니...!    


지난 10월 15일,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출간 제의를 받았다. 

어린이 책을 20년 동안 만들어온 내실 있는 출판사로부터. 비범한(!!) 눈을 가지신 이 출판사의 관계자는 어느 날 브런치스토리에서 내 글 [요즘 힙하다는 소리 좀 들으려면 https://brunch.co.kr/@zlzllzlz/142]을 키들키들 웃으며 읽었다고 한다. '힙'에 대한 우리 큰 딸의 특이한 고찰에 마음을 빼앗기고 가끔 나의 브런치를 방문했는데, 어느 날 내가 동화 공모전에서 탈락하고 쓴 글을 읽게 된 모양이다. 어떤 동화였을까 궁금했지만, 그땐 나한테 연락할 생각은 못하셨나 보다. 그런데 이번 브런치 성수 팝업 [작가의 여정]에 다녀오고 문득 내 생각이 나, 브런치를 방문했고 마침 내가 그 동화 전부를 브런치스토리에 올려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 읽은 후, 나에게 제안 메일을 보내신 거다. 제안 메일만 받고도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 먼저 큰 애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나 일기 출간 제안받았어!!" 

"정말 엄마 정말? "

"응! 정말"


나도 울고, 큰 애도 울고... 엉엉엉 


"엄마 그동안 너무 소식이 없었잖아, 혹시 잘 안 되더라도 우리 이 순간을 좀 즐기자. 응?"

"알았어. 내일 집에 갈게! 축하 파티하자!" 

 

제안 메일에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회신을 하고 기다린 기간은 무려 한 달이다. 정말 해프닝인가? 싶어 지던 차였는데, 주말 점심,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확인 한 메일에 드디어 출간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메일 내용 중 '근래에 보기 드문 재미와 의미...' 이 부분에서 난 오열을 했고

난 아이들이  함께 울 줄 알았는데, 그날은 남편이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되며 눈물을 쏟는 바람에

오히려 아이들이 머쓱하고 말았다.  


"아빠 무슨 일이야? 갑자기 공감 요정 된 거야? 안 그랬잖아?? 아빠 왜 그래??"  

"모르겠다. 엄마가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네..."


 지난 주말 드디어 도장이 찍힌 두장의 계약서를 등기우편으로 받고, 나도 지난 월요일 도장을 찍어 

출판사로 보냈다. 이제 계약작가된 건가? 방송작가를 때도 이루지 못한 꿈을 쉰이 넘어 이루다니...!  

제안받았다고 케이크, 출간 결정했다고 케이크, 미팅 했다고 케이크, 

계약서 메일로 받았다고 케이크, 도장 찍었다고 케이크... 케이크 케이크...!! 

남편이 묻는다. 


"도대체 그 축하 케이크는 언제 종료되는 거냐?"

"몰라! 그냥 계속 케이크!! 내가 그만하고 싶을 때까지 케이크!" 


요즘 나나의 그럭저럭 여름방학 일기를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긴 인생의 여정 속 잠깐 희망의 문이 열리는 순간에 대해, 그리고 짜릿한 기쁨 저  깊은 곳에 구렁이처럼 똬리를 튼 거대한 불안에 대해...   나는 기도를 하고, 새벽 러닝을 하고, 요가를 한다. 가능하면 좋은 음식을 먹고 내 안의 두려움을 걷어내며 열심히 쓴다. 그리고 나나의 일기를 읽는 아이들이 깔깔 낄낄 큭큭 웃는 걸 상상한다. 그만큼 재밌는 글을 쓰고 싶으니까!   



*출판사의 계획에 따르면 나나의 일기가 세상에 나오는 시기는 2026년이 될 거라고 합니다. 

나나의 일기를 읽고 응원해 주신 몇몇 분..(아시죠?)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에게 브런치스토리 제안 기능으로 책 받으실 주소를 보내주세요, 책이 나오면 꼭 보내드릴게요. (약속!)

그리고, 나나의 일기가 출판사와 계약이 됐기 때문에 오늘로 제 브런치 스토리에서 사라집니다.  


**오늘 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들으며 달렸어요. MZ(아세요? 민주의 약자랍니다 ㅋ) 세대에게 빚을 지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기분이 좋기도 했어요. 이제 세상이 다 알게 됐잖아요, 그들의 속내를. 그들이 그런 존재라는 걸... 시간은 걸리겠지만, 좋은 세상이 올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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