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수상자가 되긴 어려울 듯!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응모기간이다.
그냥 지나치긴 아쉬워 이전에 낙방한 전력이 있는 브런치 북이지만 다시 응모를 했다.
"엄마 이번에도 안 되겠지?"
대학생 딸에게 물었다. 물론 이 질문에 답은 정해져 있다. 혹시 모른다. 왜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냐, 그러지 말고 희망적인 생각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대답을 하기엔 엄마의 브런치 북은 이미 몇 번의 고배를 마신 상태고, 그걸 알고 있는 딸은 엄마의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깊은 한숨을 쉬더니
"... 엄마, 어디 살아?"
"아파트 살지."
"엄마, 요즘 힙하려면 아파트에 살면 안 돼."
"왜?"
"획일적인 공간에 자신만의 철학, 담을 수 있겠어? 구옥 리모델링이나 한옥.
적어도 협소 주택 정도엔 살아야 힙하지. 전원주택도 한물갔어."
"아... 그래?"
"엄마 지금 뭐 키워?"
"엄마는... 너희들 키우지."
"엄마 요즘 사람 키우는 건 힙하지가 않아. 고양이를 키워야 해. 펫 샵에서 산 고양이는 절대 안 되는 거 알지.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와 키워야 해. 솔직히 요즘 대세는 강아지보다 고양이거든.
미니멀로 꾸민 집에 고양이 살림이 가득해야 힙한 거야. 요즘 트렌드."
"아... 그럼 강아지랑 고양이 같이 키우는 경우는..."
"엄마 집중 좀 하자."
"그.. 그래..."
"그리고 엄마... 기혼이지?"
"그렇지... 기혼이지."
"솔직히 엄마 요즘 기혼은 힙하지가 않아. 비혼이 힙해."
"아... 진짜? 그런 거야?"
"당연하지. 비혼이거나 아니면 여자 둘이 재밌게 살아야 한다고. 싸우면 안 돼."
"아!"
"어쩔 수 없이 기혼이라면 적어도 아이를 낳을 계획은 없어야 해.
남편이랑 발리로 요가 트립 가야 한다고!
엄마 알지? 요즘은 남자도 요가해야 하는 거. 여자도 요가해야 해. 남자랑 여자가 요가를 하다가 만나서
결혼하면 정말 힙해. 목사님이나 선생님이 주례 서면 촌스러운 거 알지? 요가 guru가 주례를 서야 힙해."
"아 그런 거야?"
"살다가 동유럽, 북유럽에 이름도 잘 모르는 나라로 한 달, 아니 일 년 살기 해야 힙하고..."
"아...!"
"그러다 아기가 생기면 남편은 3년 육아휴직 필수, 그때 아빠가 육아일기를 쓴다? 그럼 그건
힙하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그 남편 헤어스타일, 삭발 혹은 장발 둘만 허용되는 거 알지?"
깔깔깔 나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딸아이의 질문은 계속됐다.
"엄마 우리 집 어디야?"
"일산이지..."
"엄마 우리가 인정할 건 인정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일산은 힙하지가 않아.
적어도 성수동이나 익선동 아니면 제주도에라도 살아야 힙하거든."
"아! 그러네 그러네"
"그리고 엄마 나 정규 교육 과정으로 대학에 왔잖아. 지금 우리 집 초등학생도 대충 그렇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근데 엄마, 그건 솔직히 힙하지가 않아... "
"아..."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하자!
엄마는 힙하지 않아. 너무 뻔해. 솔직히 손목이나 팔에 그 흔한 요가 문양 타투도 하나 없고
코스트코에서 장보고, 동물 실험한 화장품 막 쓰고, 결혼하고! 애 키우고! 그럼 안 된다고...
요즘 힙한 건 그런 게 아니야!"
"그.. 그런 거야??"
"요즘 힙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샤넬백도 어제 산 거 들고 다니면 졸부처럼 보이는 거 알지?
할머니나 엄마한테 물려받은 샤넬백을 들고 다녀야 힙하다고.
아무리 비싸도 페트병 재생 의류 알지? 파타고니아 그런 브랜드 입고,
명상하고, 요가하고, 비건하고, 화장품도 비건! 알지?
그리고 고양이 기르고 미니멀리즘 추구하면서 살림 다 버리고 그래야 힙.해."
"ㅋㅋㅋㅋㅋㅋ 그럼 엄마는 영원히 힙해질 수 없는 거야?"
"... 방법이 있긴 한데..."
"뭔데?"
"엄마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뭔데? 말해봐!"
"언뜻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첫째는 아빠가... 오랫동안 숨겨온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커밍아웃을 하면 힙해질 수 있어."
"엥?"
"근데 여기서 엄마가 아빠한테 왜 그동안 나 속였냐고 화내면 힙한 거 아니다!
그동안 사회적 편견에 고통당한 아빠를 보듬고 평생 친구로 남아야 진짜 힙해지는 거야.
[어느 날 남편이 커밍아웃을 했다.] [어느 날 발견한 남편의 성 정체성] 제목 어때?
엄마가 제대로 힙해지는 순간이 오는 거지."
딸의 말에 웃음이 터져 진짜 허리가 90도로 꺾이고 말았다.
"거짓말까지는 좀 그렇고... 다른 방법은 뭔데?"
"내가... 제3세계 쪽 이름도 잘 모르는 나라의 남자랑 결혼을 하는 거야.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생소한 나라일수록 힙해. 알지? 엄마? 감당할 수 있겠어?"
배를 잡고 웃다가 그만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엄마, 내가 운 좋게 대기업에 취직을 해, 근데 바로 퇴사하고 명상하러 인도를 가!
이런 게 힙한 거야. 힙하기가 쉬운 줄 알아?
그리고 이건 차차 준비를 하면 될 것도 같은데, 십 년쯤 후에 아빠랑 황혼이혼을 하고
엄마 혼자 제주도에 내려가 살면서 허브 키워. Organic, 오가닉 아니고 올게닉 알지?
그런 라이프를 사는 거야. 김치는 안 담가도 수제 콤부차 만들기는 필수. 그러면서 글을 쓰는 거야.
근데 이건 십 년 후니... 그때도 이런 게 힙할지는 모르겠네."
"그만 좀 해라. 엄마 웃다가 기절하겠다.
엄마가 졌소! 엄마가 브런치 그거 포기할게!! 됐지?"
힙한 인생은 못살았지만 뻔하게 결혼하고 낳은 아이 덕분에 배꼽이 빠지게 웃었네요.
요즘 힙한 것들과 동떨어진 뻔한 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
농담 많이 섞인 거 아시죠? 너무 진지하게 읽지 말아 주세요!
*요가하는 남자 사진은 구글에서 검색해 찾은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