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 2>(2024)
폴(티모시 살라메)이 선택받는 존재, ‘퀴사츠 헤더락’이 되는 운명처럼 <듄: 파트 2>는 대작이 되는 존재이자 운명이다. <듄>(2021)을 통해 ‘폴 아트레이데스’라는 왕자의 내려가는 서사였다면, <듄 파트: 2>는 왕자에서 공작, 선택받는 자를 향해 올라가는 서사를 웅장하게 선보인다. 모래가 쌓여 생긴 언덕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당연한 운명처럼 흘러간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폴(티모시 샬라메)과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는 프레멘 집단에 머무르며 그들의 생활양식을 습득하며 사막을 배운다. 프레멘만이 할 수 있는 모래벌레(샤이 훌루드) 타는 법까지 배우며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를 포함 점차 폴을 리산 알 가입으로 바라보며 추앙하기 시작한다. 생명의 물을 마신 제시카도 미래를 내다보며 폴이 선택받은 자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몰락한 가문의 왕자로 죽었어야 할 운명을 거스르며 선택받은 자의 운명으로 향하는 과정은 영웅의 서사요, 낙원을 위한 성전의 시작이다. 프레멘식 이름을 지을 때, 폴은 ‘무앗딥’을 고른다. ‘캥거루쥐’를 뜻하는 말로 ‘예언자’, ‘길을 가리키는 자’를 의미한다. 챠니(젠데이아)와의 사랑을 위해 미래의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은 선택받은 자임을 거부하고, 피한다. 하지만, 생명의 물을 기점으로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혁명을 준비하기 위해 사기를 충전하는 폴의 연설과 지도력은 그가 선택받은 자임을 분명하게 증명한다. 영웅의 서사를 유연하게 풀어낸다.
<듄: 파트 2>(2024)는 스파이스 때문에 벌어지는 양 가문의 갈등과 그 너머 존재의 관계가 등장한다. 자원의 희소성으로 테러와 폭격, 복수와 죽음이 난무하는 갈등의 연쇄 고리를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10,000년이 넘은 미래까지도 변하지 못한 인류사의 씁쓸함이다. 비록, <아바타>(2009)가 떠오르는 줄거리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가계도로부터 이어진 혈육의 다툼은 독립적이며, 중세시대나 고대 인류사가 떠오른다. 고대 시대가 떠오르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사막에서 치르는 백병전, 일대일 전투는 <듄>(2021)에서 드러난 ‘듄’만 할 수 있는 전투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본 작은 전작보다 더 거대하고 다양한 시퀀스 전투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 코리노 가문을 무너뜨리는 전투 시퀀스는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거대한 모래 벌레(샤이 훌루드)의 등장은 압권이다. 모래 벌레를 부르거나 몸을 이용해 쿵쿵 소리를 내는 장면은 군중의 울림처럼 변혁의 바람을 요동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