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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Feb 25. 2024

모래 알갱이를 씹은 듯한 서문

<듄>(2021)

강렬한 서문이다. 프랭크 허버트 작가가 만든 동명의 SF 소설 원작인 <듄>은 역사상 최고의 SF 소설 중 하나로 평가된다. 매력적인 세계관 설정 덕분에 영화화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게임 등 2차 저작물로 많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번 드니 빌뇌브 감독이 준비하는 <듄> 3부작 중 ‘파트 1’은 모래 알갱이를 씹은 듯한 서문이다. 웅장하고 강렬한 영상미에 압도되어 세계관 사막 모래 알갱이가 씹히는 듯하고, 방대한 서사와 설정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해 모래 알갱이를 씹었을 때처럼 찝찝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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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함은 곧 기대로 바뀐다     


방대한 세계관과 개성 있는 종족의 특징이 담긴 원작 소설이기에 완벽한 줄거리를 영화로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살라메)를 중심으로 이어가는 스토리는 조연의 존재가 옅다. 흘러가는 모래바람처럼 유에 박사(장첸), 던컨 아이다호(제이슨 모모아), 거니 할렉(조시 브롤린)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폴을 성장시키는 짧은 비중으로 빠르게 흘려보낸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몰락시키는 하코넨 가문의 소개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듄>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몰락과 프레멘 종족과의 만남, 폴의 예측되는 환영과 성장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이들을 오래 붙잡기에는 사막 위에서 제자리걸음과 마찬가지다. 새로운 장으로 나가기 위해 나머지 캐릭터의 비중과 앞으로의 서사는 모래바람이 되어 날아가거나 다음 시리즈를 향해 조금씩 퇴적해 간다. 앞으로 등장할 파트들이 얼마나 큰 사구를 이룰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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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거대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정교하고 섬세한 촬영과 미장센을 잘 표현하는 감독이다. <듄>(2021)에서 는 아라키스 행성 사막의 강하고, 거친 에너지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와이드 샷으로 보여주는 촬영은 시각적 압도감을 선사한다. 특히, 종족 간 군대 정렬과 전투 장면이 와이드 샷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고대 전쟁을 연상하게 만든다. 원작에서 ‘버틀레리안 지하드’라는 기계 파괴 운동으로 인해 미래 세계관임에도 불구하고, 칼이나 근접 무기를 이용한 전투가 주(主)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공상 과학 무기를 기대하는 미래 세계관에서 근접전이나 백병전을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전투 방식은 <듄>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강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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