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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솔 SANSOL Nov 07. 2021

있는 그대로의 캠핑, Real Camp

쉼과 자연의 조화

쉼과 함께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있는 그대로의 캠핑 'Real Camp'

캠핑이 대세다. 대학에서 산악부 활동을 한 우리에게는 사실 요즘 캠핑이 이상해 보인다.
그렇다면 좋은 캠핑이라는 것이 있을까?
여러가지 질문을 품고 최대한 자연 그대로 즐기고 오는 캠핑에 도전해봤다.


글 : 산솔(@sansssol) & 도자연(@dojayeon_)



#1 리얼 캠핑을 하게 된 이유

꼭 힘든 산행이여야할까? ‘쉼’에 대하여

2014년도에 대학을 입학한 후 ‘여행’을 다니며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동아리를 들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목적과 행위가 맞지 않는 동아리가 대부분이었다. ‘아, 이렇게 재미없는 4년이 지나가겠구나..’ 실망하려던 찰나 같은 과 친구가 함께 산악부를 들자 했다.

서로 여행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 꽤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첫 산행은 학교 앞 북한산이었는데 그때 배낭은 헉! 소리가 나올만한 무게였다. 속으로 ‘이건 사람이 지는 무게가 아니다’ ‘내가 생각한 여행이 이런 걸까…’ 수많은 생각을 하며 어찌어찌 올라갔다. 산행 끝에는 넋이 나갔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활동을 하는 결정적 이유는 도착하자마자 먹었던 꿀맛 같은 라면이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다. 이후 항상 ‘훈련’이라는 암묵적 목적 아래 힘든 산행을 해왔다. 나는 원체 체력이 약해서 모든 산행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거겠지만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여행이 하고 싶었다. 바캉스, 호캉스처럼 하루 이틀 어딘가에 가서 편히 쉴 수 있지만 산행을 하면서 느꼈던 자연이 주는 쉼을 느끼며 잠시 생각을 멈추고 자연 속에 파고드는 그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쉼이 아닐까? by 도자연


일회용품이 가득했던 과거의 장보기

꼭 일회용품이 가득한 산행이여야 할까?

대학교에 입학한 뒤 ‘산악부’란 동아리를 통해 산을 만났다. 산은 나의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숨통을 틔게 해주었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알게 해줬다. 낮에는 파란 하늘과 초록 자연을 보며 마음의 안식을 갖고 밤에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주말이면 산을 찾았고 좀 더 효율적인 산행을 위해 짐 싸는 요령이 늘었다. 편리하고 가벼운 방법으로 짐을 싸기 위해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이었다. 혹시라도 비를 맞아 젖을까 걱정되는 속옷, 양말, 종이 등은 지퍼백에 밀봉했다.

식재료 포장에는 특히 많은 비닐을 사용했는데, 김치나 물기가 있는 반찬 등은 터져서 국물이 새는 것을 염려해 크린백과 지퍼백으로 2중, 3중 감싼 뒤 플라스틱 락앤락 용기에 넣었다. 여기서 끝내지 않고 쓰레기들을 모아 담을 용도의 비닐봉지, 옷이 젖을 경우 따로 담을 지퍼백 그리고 혹시나 비닐이 터질 것을 염려해 여분의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챙겼다. 이렇게 꽁꽁 포장해온 비닐봉지는 식사를 하고 난 뒤, 많은 양의 휴지와 함께 모두 쓰레기로 전락했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음식 때문이었다. 배낭 한켠에 자리 잡은 일회용품이 가득한 쓰레기 봉지를 보며 생각했다. ‘산행에 꼭 일회용품이 필요할까?’ by 산솔




#2 식단, 쓰레기 등 여러 가지 고민


꼭 고기여야 할까?

신입생 때부터 항상 비슷한 육류 위주의 식단이 습관이 된 것인지, 힘들게 고생한 우리에게 주는 선물처럼 생각한 탓인지 우리는 식단에 고기반찬을 빠트리지 않았다. 사실 나는 위와 장이 좋지 않은 탓에 밀가루 대신 밥을, 기름진 육류보다 채소나 야채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고기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선호하는 음식이었기에 군소리 없이 따랐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고기반찬을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녁에 고기를 먹는 것이 질리고 거북했다. 다른 부원들은 힘을 내기 위해 맛있게 먹었지만 나는 고기를 먹어도 힘이 나지 않고 소화가 힘들었다. 또한 고기를 먹고 나온 기름을 처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접시와 프라이팬에 묻은 기름을 닦기 위해 많은 양의 휴지와 물티슈를 사용했다. 기름을 머금은 휴지와 물티슈는 쓰레기 봉지에 모아 가방에 지니고 다녔다.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쓰레기와 함께 기름이 상하고 썩는 불쾌한 냄새가 났다.

점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굳이 먹어야 할까? 왜 산에서는 고기를 꼭 먹어야 하지? 조금 더 가볍게 먹으면 다음 날에 속도 편하고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꼭 이 수고로움을 고집하며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것일까?’ by 도자연


식사량 예측의 어려움, 반드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

대학 시절 산행을 할 때는 대부분 요리를 직접 해먹었다. 산행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여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적당량의 식량을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렇지만 매번 산행을 가도 적당량을 맞추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욕심을 부려 식량을 많이 사면 짐이 늘어 배낭이 무거워졌다. 여름에는 채소, 육류와 같은 재료가 쉽게 상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적당량의 식재료를 준비했지만 동아리 부원들의 컨디션 난조, 짧은 입, 소식(小食)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음식이 남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산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배부른 고통을 분담하며 남은 음식을 꾸역꾸역 먹거나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때에는 고백하기 매우 창피하지만 땅에 묻곤 했다.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없던 그 시절 나는 어차피 음식이니 땅에 묻으면 썩으면서 퇴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과거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독자를 위해 말하자면 자연 상태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분해되는 과정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퇴비를 만드는 것처럼 빠르지 않다. 또한 식물이 성장하기 위해서 탄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식물 뿌리의 토양을 통해서 얻는 것이 아닌 이파리를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얻는다고 한다. 너무 많은 탄소 및 농약과 방부제 등을 포함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분해되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특정 곤충의 서식처를 제공하게 되면서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자연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킨다고 한다. by 산솔


과도한 음주가무, 굳이 산에서?

지금 생각하면 굳이 산에서 잘 챙겨 먹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산악부 활동을 한참 열심히 하던 당시에는 ‘특별하고 맛있는 메뉴를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산행을 다니다 보면 다른 학교 산악부와도 교류가 잦았다. 산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친목은 주로 식사 시간에 이뤄졌다. 자연스럽게 서로 어떤 식단을 준비했는지, 평소 산행을 할 때 뭘 먹는지 이야기를 하며 특별 메뉴를 뽐내고는 했다. 긴 산 속의 밤은 술을 마시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술안주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과음과 과식을 하기 부지기수였고 다음 날 눈을 뜨면 처참한 광경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 by 산솔


#3 새로운 식단 방식에 대한 도전


우리는 그동안 품었던 의구심을 없애보고자 3가지 도전 목표를 가지고 이번 캠핑을 준비했다.

도전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시장에서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둘째, 채식 식단을 기초로 한 뿌리부터 이파리까지(Root to Leaf) 전부 먹을 수 있는 요리 방식 시도하기
셋째, 여유로운 마음으로 맘껏 즐기기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 다회용기로 짐싸기

- 쓰레기 없이 장보기

우리는 출발 하루 전 영상통화로 함께 배낭을 쌌다. 제로웨이스트 캠핑이 처음인 나는 산솔이 유리병에 재료를 소분하고 빈 용기를 챙기는 것을 보며 우리가 해왔던 짐 싸기 방식이 아니라 신기하면서도 왜 예전엔 이렇게 하지 않았는지 잠시 생각했다.

산행 전 마트에서 장을 보곤 했는데, 전통시장에서 장보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경험에서 느낀 장점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 경제적인 면이다. 시장은 정해진 양을 파는 마트와 달리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식자재들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의 양을 구매하여 대량 구매 및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

두번째, 환경적인 면이다. 마트에서 플라스틱 패키지에 담긴 식자재들은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챙겨온 에코백, 빈 용기를 사용하여 구매한 식자재들을 담아 쓰레기 없는 장보기에 성공했다.

각 재료를 용기에 담아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방식이야말로 ‘제로웨이스트의 방식’ 이라고 말했던 산솔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에도 시장을 즐기지만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조금은 아쉬웠다.

앞으로는 귀차니즘이 만들어낸 나의 습관은 잠시 미뤄두고 한 번의 노력과 용기를 통해 조금씩 변화해 나아가고 싶다. by 도자연


저녁 식단

- 음식물 쓰레기 없이 식사 준비하기

·   저녁 : 고구마 밥 + 배추된장국 + 집에서 가져온 김가루 + 배추메밀전

·   아침 : 저녁밥을 짓고 코펠에 눌어붙은 밥을 이용한 숭늉 + 복숭아


위의 식단을 구성한 이유는 첫째, 요리가 간편하고 둘째, 필요한 식재료가 많지 않으며 셋째, 특별한 손질 없이 뿌리와 이파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가 많았다. 평소 같음 먹지 않았을 국물용 멸치, 오이 꼭지, 배추심, 파뿌리, 고구마 껍질을 모두 먹었다. 먹을 것과 먹지 않을 것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니 손질하기도 훨씬 간편했다.



식재료의 뿌리부터 이파리까지(Root to Leaf) 활용하여 모두 먹었다.


- 어디까지 먹어야 할까?

문제의 고추꼭지

① 고추 꼭지 논쟁 : 배추된장국에 넣을 고추를 썰다 멈칫했다. ‘어디까지가 음식물 쓰레기지?’ 고추 꼭지도 같이 끓여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됐다.


산솔 : 꼭지가 싱싱하고 깨끗했다면 우리의 목표에 맞춰 꼭지 먹는 것을 시도해 볼 법하다. 하지만 이 고추 꼭지는 상태가 좋지 않아 먹을 수가 없다. 꼭지는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것임으로 꼭지 정도는 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


도자연 : 고추 꼭지는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을 나누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며 우리의 이번 목표인 ‘뿌리부터 이파리까지(Root to Leaf)’에 대한 취지에 맞게 실행해 볼 필요가 있다. 생으로 먹지 않고 삶거나 튀기는 등 조리를 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결국 저희는 고추 꼭지를 먹지는 않았지만 ‘고추 꼭지를 먹을 수 있다 vs 없다’에 대한 투표와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설문을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forms.gle/EgVeR4JQUnsn2t6K9



② 날파리의 습격

: 야외에서 메밀전을 해먹고 있었다. 날이 점점 어둑해지니 한두 마리에 불과하던 날파리들이 어느 순간 수백 마리가 되어 몰려왔다. “으악!” 순식간에 먹고 있던 음식과 음료를 습격한 것이다. 다행히 메밀전은 거의 다 먹은 상태였지만 음료에 빠진 수십 마리의 날파리와 나방 때문에 남은 음료를 마셔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예상에 없던 시나리오에 산솔과 도자연은 적잖이 당황했다. 산솔은 음료에 빠졌던 나방의 건져낸 뒤 음료를 마시는 도자연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도자연은 날파리떼가 붙어있는 메밀전을 먹는 산솔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날파리는 단백질인데..’ 베어 그릴스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마무리가 아니었다. 방해꾼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음식물 쓰레기 남기지 않기에 실패했다.




EPILOGUE
성공과 실패의 유무를 떠나 과거와 현재의 변화된 모습에 주목을 하고 싶다. 과거의 우리는 오이 꼭지, 고추 꼭지, 고구마 껍질 등 쓰레기로 당연시 여기며 버려왔다. 과연 평소에 먹지 않던 꼭지와 껍질은 우리가 못 먹는 부분일까? 그것은 누가 정해놓은 걸까?









산솔(@sansssol)

· 대학산악부

· 청소년 오지탐사대

(페루 안데스 해발 5600m 등반)

·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수료

· 일본 야쿠시마 트레킹





도자연(@dojayeon_)

·대학산악부

·영상앨범 산 2015 덕유산편 출연

·노스페이스 국토대장정 희망원정대 13기

·일본 야쿠시마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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