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Nov 01. 2021

가을을 굽고 있다

가을을 굽고 있다

좀 더 바삭하게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감출 수 없을 만큼 구워지면

가을 중 제일 맛있는 갈색빛 가을이 된다


나를 볶고 있다

달달달달달

짠내가 나는 것도 같고

단내가 나는 것도 같고

드디어 매운 내가 솔솔 올라오면

감춰뒀던 메마른 눈물 한 방울 

깊은 감칠맛이 난다


아들을 부치고 있다

좀 더 진득하게

깨끗한 기름을 두르고

적정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아들을 넓게 펴고

민감하게 불 조절을 해가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질 때까지

천천히 천천히 기다린다

아들을 한 번씩 뒤집는다

튀어 오르는 뜨거운 기름에 대이기도 하고

아들이 접히거나 찢어지면

내 속도 따라 타들어간다

아들을 센 불에서 부치면 집안에 탄내가 진동한다


신랑을 찌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른 찜통에

신랑을 가지런히 올리고

내가 사랑했던

처음 모습 그대로 한치도 변함없게

알맞게 불을 줄이

너무 익혀 늙수그레하지 않게

덜 익혀 날 냄새가 나지 않게

적당히 잘 익혀 맛있는 식감을 유지한 채로

속살까지 부드럽고 달콤하게


가을이 익어간다

사랑이 익어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