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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Feb 23. 2023

인프제에게 외로움이란.

내가 느낀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 설명하기까지 4시간이 걸린 후에

서울에서 혼자 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주 가끔 문득 스치듯 지나가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친구에게 외롭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 뭐 때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에게 여태 살면서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성적 외로움을 딱히 느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친구는 되물었다.


"너 그때 나한테 외롭다고 했었잖아!"

"응? 그 외로움은 그 외로움이 아닌걸?"

"엥, 그럼 뭔데?"

서로에게 충격이었다. 나는 내가 외롭다고 한 걸 이성적으로 외롭다는 의미로 생각했다고? 에 놀랐고,

그 친구는 내가 느낀 외로움이 무엇인지 본인이 인지하고 살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게 장장 네 시간에 걸쳐 나와 친구, 그리고 또 다른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친구들과 '외로움'에 대한 감정의 정의에 대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대체 외로움은 무엇인가.

이성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고?  -  응. 그건 내가 말한 외로움은 아니었어.

심심함이야?  -  아니. 그건 외로움은 아니지.

그럼 쓸쓸한 건가?  -  음, 어쩌면 외로움이란 감정의 일부지?

대체 외로움이 뭔데!!?  -  외로움은 ‘네모’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야!!

이것이 T와 F의 차이일지. 아니면 감정을 분류하고 느끼는 그 스펙트럼의 차이일지. 아니면 삶의 경험이나 혹은 본인의 정의내림의 차이일지. 이 대화를 네 시간이 다 되도록 나눌 일인가 싶었지만, 사실 너무 재밌기도 했다.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기분이 또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이 말이다.


나에게 외로움이란 마치 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린 느낌과 같았다.

"나 가슴 한가운데가 뻥- 하고 뚫려있는 거 같아. 외롭다 뭔가."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 뚫린 구멍으로 찬 바람이 휑- 하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 괜히 아리고 시린데 그 기분이 정말 바람처럼 잠깐 스쳐 지나가는, 그런 감정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속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듯한, 그렇게 세상에 혼자 떨어트려진 기분.

내가 말한 외로움은 그런 감정이었다. 친구와 함께 있더라도, 애인과 함께 있더라도, 심지어 가족과 함께 있더라도, 혹은 혼자여도 느낄 수 있는 감정. 인생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것이라는 그 진리에서 오는 외로움이라는 감정 말이다.

나는 주로 지하철 환승정류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그런 기분을 종종 느꼈던 거 같다.

이 육신 하나로 혼자 태어나 결국 혼자 죽을 것이라는 생각, 평생에 걸쳐 나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 내 삶이 결국에는 내가 부여한 의미로 만족될 뿐이라는 생각, 세상에는 결국 완벽함이란 없다는 생각, 고립과 자유는 어쩌면 종이 한 장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 이러한 infj들이 많이 하는 생각은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가 살아갈 삶이 조금은 더 대인배적이고 조금은 더 풍요로운 일상을 살게 할 수 있음과 동시에 아주 처절한 외로움이란 감정을 가져다주는 듯하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들과, 나를 세상에서 가장 아껴주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마음 한 켠에서 가끔씩 휑하고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은 감정. 그게 바로 외로움이란 감정이란 말이다.

그날, 결국 그 친구는 나의 외로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외로움은 ‘네모’다 에서 네모를 정의하지 못했지만, 나에게 외로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그 행위만으로 한 편으로는 카타르시스의 감정을 느꼈던 거 같다.


나는 종종 당연하게 외로워.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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