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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Mar 09. 2023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

은근히 연습해야 하는 일

오랜만에 책만 들고 카페에 갔다.

가기 전부터 카페에 가면 다른 건 하지 말고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고 책만 읽고 와야지 마음먹고 갔다.

카페 외관 사진을 한 컷 찍고 들어가 한가진 곳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가니 다양한 종류의 마들렌이 있어서 설렜다.

달콤한 마들렌을 적어도 두 개 주문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음료는 달지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내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가 나왔고 나만의 감성을 담아 사진을 찍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애월 인디고인디드의 마들렌

역시 글은 읽는 것.

오랜만에 책 읽는 것에만 집중했다.

어떤 마음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 나는 어떤가. 이런 세상도 있구나. 이렇게 느낄 수도 있구나. 이런 방법도 있구나.

독서라는 행위에만 집중하며 읽는 재미를 마음껏 즐겼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 샘솟는 영감, 고요해지는 마음.

그러다 문득 창 밖을 쳐다봤다. 해안도로 가에 있는 카페였기 때문에 창 밖의 모든 시선이 닿는 곳에 바다가 있었고, 그 시선에 헤드셋을 끼고 자전거를 타며 해안도로를 즐기는 여행객이 스쳤다. 평화롭게 넘실거리는 제주 바다를 한참을 쳐다보다 순간 새삼 느꼈다.

아, 나 지금 제주에서 살고 있구나.


우리는 살아가는 것 자체에 아주 큰 에너지를 쏟는다.

매일을 살아내는 건 생각보다 큰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생각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하고,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생각해야 하고,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도 생각해야 하고, 이따 집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하고, 저녁에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공간과 나의 행위에 대해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때가 어쩌면 내 삶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걸 느꼈다. 잠깐 생각하는 걸 멈추고 내가 먹고 있는 것의 맛을, 내가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내가 하고 있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그 20%의 순간이 인생은 살만하구나를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구나 싶다.


때문에 바삐 살다가도 한 번씩 멈춰 서서 내가 머무르고 있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한 번에, 한 가지의 일에 집중하기. 그리고 온전히 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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