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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un 15. 2023

우리의 일상이 즐겁게 노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인생이라는 파도를 서핑하듯 살고 싶다.

얼마 전, 주거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어려움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한국에서 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 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해내는 과정 속에 있다 보면 참으로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다.

집값은 까마득하게 올라있고, 우대 조건으로 받을 수 있는 정부의 대출 정책이나 주거 정책 또한 사각지대가 많아 서울에서 독립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좋지 않은 생활환경을 당연하게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담겼다. 로또에 당첨이 되어야 집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자조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보는 내가 다 씁쓸했다.


나 또한 대학생활을 하면서 대학가 원룸생활을 해보았기 때문에 그 환경을 잘 알고 있다. 5평 남짓되는 작은 방 한 칸에 살면서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 또한 직접 경험했다. 지금 내가 서울에서 생활을 했더라면 나도 아마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청년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듯 말이다. 실제로 제주에 내려오기 직전까지 행복주택을 알아보았고, 그 경쟁률이 얼마나 치열한지도 내 두 눈으로 보았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대세였다.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자는 마인드로 내 주변 친구들이 플렉스 하는 걸 참 많이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지출 챌린지'가 대세이다. 일명 '거지방'이라고 하는 오픈채팅방이 유행인데, 그 톡방에서 자신의 상황을 공유하고 자극을 받으며 일정 기간 동안 아예 무지출을 하는 극단적인 챌린지이다. 소비를 줄이고 절약을 하는 가치관을 갖는 것 자체는 정말 좋은 일이나, 이렇게 짧은 시간에 대세 키워드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 물가가 갑자기 너무 많이 상승한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팍팍해졌다는 말인 거 같아 한편으로는 조금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요즘 특히 결혼을 앞두고 삶에 대한 고민이 깊다. 당장에 얻어야 하는 집과 당장에 세워야 하는 인생의 계획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에 대한 질문에 여태까지는 막연하게 좋은 그림들만을 그렸다면, 지금은 조금 더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하며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인내의 시간들까지도 그리게 된다. 이제야 뭔가 정말로 실전에 뛰어들게 되는 느낌이랄까.

그런 고민들을 하다 보니, 어쩌면 조금은 성향에서 비롯된 방어적인 마음일지 모르겠지만 '그래. 너무 큰 욕심부리지 말고. 소소하게 내가 눈앞에서 당장 마주할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고, 매 순간에 성실하고 충실하게 살아나가자.'라는 다짐을 자주 한다. 그러면서도 노트에 적으면서 하는 생각 정리 시간에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라는 욕망 가득한 토픽을 적는 모순적인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침엔 큰 욕심 없이 살자라는 생각을 했다가 저녁엔 뭘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니 스스로 너무 웃겨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인생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결국 보면 답은 없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이 들던 요즘이었는데, 요즘 청춘들의 어려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그 순간만큼은 생각이 단순해졌다.

'그래. 어려운 게 당연한 것이 인생이라면,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가자.'

그리고 오빠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빠랑 즐겁게 놀면서 인생을 살고 싶어." 하고 말이다.


인생의 매 순간이 즐겁지만은 않다.

어쩌면 인생은 불안하고 어렵고 슬프고 고민스러운 고난의 순간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살 집 하나를 온전히 마련하는 것조차 참 버거운. 그런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기 위해 존재하니. 우리의 일상이 어디에 여행을 가거나, 비일상적인 무언가를 하는 특별한 순간들이 아닌 순간에도 함께 하기에 즐거운 놀이의 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을 하고 퇴근을 한 후에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맛있는 걸 해 먹고, 수다를 떨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밤 산책을 하는 그런 일상적인 순간을 논다는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평생 같이 놀 친구가 있다는 건 짜릿한 일일 테니까.


@js_glowglow 김토끼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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