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와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연우 Mar 27. 2024

고요한 소란

                                           _남연우



황금박쥐들이 검은 분진을 삼키는 동굴 속

석순 1cm 키우기 위해

일백 년 동안  떨어져 쌓이는

물방울의 고요한 외침을 들어본 적 있나요


겨우내 부릅뜬 

겨울눈의 날카로운 눈매를 마주친 날은

눈구름이 무겁게 쏟아지던 날

눈꽃 속에 푸른 눈빛이 그윽한 꿈을 꾸고 있어요


허연 입김을 연신 불며

구겨진 광목천을 곱게 다려

구황의 계절 버틴 뼈마디에 플레어스커트입은

목련은, 직박구리들만 알아듣는 은어를 속삭여요


참고, 참고, 또 참고

이제 행복한 살길이 열렸다고

골짜기 높이 올라 지나가는 봄바람을 붙잡고서

목청껏 메아리를 외쳐도 괜찮은데요


사월의 잔인한 볕이

동그마니 낙화를 준비하는 뒤꼍

소용돌이치는 강물에 하염없이 투신하려고

꽃신을 벗는 희부연 뒤꿈치를 바라보아요


GTX 라인이 뚫린 어느 동네는

하룻밤 자고 나면 얼마 올랐다고

떠들썩한 동네방네

갓, 피어난 목련은 그저 웃지요







산책길에 목련 마중 나갔더니 이제 벙긋벙긋 입을 벌립니다, 무슨 함성이 들릴 것만 같은데 고요합니다, 목소리가 발바닥을 의식하는 순간 조용조용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종이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