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연우
황금박쥐들이 검은 분진을 삼키는 동굴 속
석순 1cm 키우기 위해
일백 년 동안 떨어져 쌓이는
물방울의 고요한 외침을 들어본 적 있나요
겨우내 부릅뜬
겨울눈의 날카로운 눈매를 마주친 날은
눈구름이 무겁게 쏟아지던 날
눈꽃 속에 푸른 눈빛이 그윽한 꿈을 꾸고 있어요
허연 입김을 연신 불며
구겨진 광목천을 곱게 다려
구황의 계절 버틴 뼈마디에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목련은, 직박구리들만 알아듣는 은어를 속삭여요
참고, 참고, 또 참고
이제 행복한 살길이 열렸다고
골짜기 높이 올라 지나가는 봄바람을 붙잡고서
목청껏 메아리를 외쳐도 괜찮은데요
사월의 잔인한 볕이
동그마니 낙화를 준비하는 뒤꼍
소용돌이치는 강물에 하염없이 투신하려고
꽃신을 벗는 희부연 뒤꿈치를 바라보아요
GTX 라인이 뚫린 어느 동네는
하룻밤 자고 나면 얼마 올랐다고
떠들썩한 동네방네
갓, 피어난 목련은 그저 웃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