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연우
집 안에 집을 짓는다
골판지로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창문을 따로 내지 않은 집
비가 내리면 젖어 허물어지고 말 집
집 둘레에는 가시 돋은 탱자나무를 심고
바람 불면 날아가지 말라고
무거운 짱돌 한 장 얹어둔 집
그 안에 웅크린 몸을 구겨 넣는다
바깥 통유리창이 홍수 같은 빛을 쏟아내면
점점 구겨져 깜깜한 종이집
그믐달의 분화구에 빠져 음 소거된 그 집
고립으로 깊어진 바닷물이 외따로이 잠긴
섬을 만든다
저녁이 되어 우는 새들은
만조 때 서해안에서 날아온 물새들
밤새 나뭇가지에 앉아서 뜬눈 지새우다
새벽이 열리는 동쪽으로 물기를 닦는다
썰물이 흩어진 아침 섶다리를 밟고
도착한 택배 한 상자,
잘 익은 전등갓을 쓴 열 개의 불빛이
어둑한 섬집을 주렁주렁 밝힌다
그 섬 언 눈 속에서
숭덩숭덩 돌담 드나드는 비바람에 시달려도
온기를 꺼뜨리지 않은 한라봉들이
소슬한 한기를 다습게 몰아낸다
종이집 한 채 바지직, 부서졌다
구김이 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