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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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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Jul 03. 2024

바람은 언덕을 좋아한다

                                       _남연우



입안에 메마른 먼지가 엉겨

혓바늘이 돋는 날에는

찬물에 속시원히 헹군 국수를

소반에 올려 먹는다


반찬은 무짠지 몇 조각

기름기 쫙 뺀 음식을 삼키면서

환상이 굽고 

설탕에 절여놓은 디저트 접시도 비운다


불면증으로 뒤척이는 밤하늘 별빛을 

긁어모은 은박지에 거친 구멍 내며 지나가는

시간의 멱살을 움켜쥐고

번번이 항의하였지만


밀물과 썰물의 간극을 알지 못했다


아프다는 핑계 뒤에 숨은

나태와 권태의 차이점은

빈 그릇에 달라붙은 

불어 터진 국수 면발의 길이 차이


저지대 늪에 가라앉은 침울함을

싫어하는 바람은

분초를 다투어

보랏빛 라벤더 향기 흩날리는


언덕으로 데려가서,

연줄 끊긴 방패연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밭은기침이 뱉어놓은 그 별이 떠오를 때까지


물끄러미 어둠에 잠긴다

내 안에 갇힌 회오리바람은

깃발이 펄럭이는 언덕을 좋아한다






어디에나 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저지대 가라앉은 체념은 싫어하고

언덕배기 펄럭이는 이상의 깃발을 좋아합니다..


요즘 부는 바람이 호숫가에 도라지꽃 한 송이 피워냈다
그 바람이 우리집 라벤더꽃 활짝 피워주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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