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메추리알 서른 개
껍질을 까다 문득 깨달은
위대한 엄마의 사랑
내가 지금 그리운 건
엄마의 사랑보다
깐메추리알을 파는 이마트의 사랑
삼 남매의 도시락을 싸던 엄마와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어느 날 할머니는 삶은 메추리알에 베이컨을 말아
이쑤시개로 고정시키고 구워주셨는데
1922년생 할머니의 아이디어라고 하기엔
너무 세련된 반찬이었다.
보기에도 예뻤지만 맛도 좋아 학교에 가져가면
다른 아이들에게 뺏길 각오를 해야 했던 반찬이었다.
메추리알 서른 개를 삶아서 껍질을 까는데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아이들에게 맛있게 먹이겠다고 껍질을 까는 내가
아이들을 무지 사랑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삼 남매 도시락 세 개, 아니 어쩔 때는 대여섯 개를 싸던
엄마와 외할머니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이마트의 깐메추리알.
한국에 산다면 당장 이마트로 달려갔을텐데
그리움에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