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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Sep 24. 2024

바밤바와 다이어트


 바밤바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 하겐다즈가 더 비싸니까 맛있을 것이라고 선택하기보다는, 좋아하는 바밤바를, 그저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어쨌든 값이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요즘은 값비싼 것들이, 그래서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너무 정교하고 세련되어서 감탄스럽다. 가끔은 내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바밤바가 좋다고 뒤처진 자의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제정신을 차리기 쉽지 않다.



 짬뽕보단 삼선짬뽕이 더 맛있지 않을까. 그래도 뭔가 더 좋은 게 있으니 삼선짬뽕이지 않을까. 채우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비우는 것이 어렵다. 운전을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집중해서 듣지도 않을 음악을 튼다. 어떤 때에는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다며 조용한 음악을 고른다.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이 더 좋을 텐데. 큰 다짐을 하고 오늘은 아무것도 듣지 말아 보자 결심을 했다가도 잠깐 방심한 새에 나도 모르게 음악을 틀게 된다. 나도 모르게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 자꾸 채우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왕 운전하는 시간은 흘러가는 시간이고 귀는 놀고 있으니 음악을 듣는 것이 안 듣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경제적인 선택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엔 11월 말에 하프 마라톤을 신청했고 저녁마다 조깅을 하려고 한다. 주에 20킬로씩 두 달간 달리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던데, 이번이 다섯 번째 하프 마라톤인데도, 체중이 늘어 완주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지금의 체중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까운 것 같다. 절반 정도 달린 길에 마주하는 카카오 바이크가 얼마나 유혹적인지. 자꾸 5킬로를 달리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3킬로만 달리고 남은 길은 자전거를 타고 오게 된다. 내가 어떤 날은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고 낙담을 하니. 주호가 아빠는 5킬로도 못 달리는데 20킬로는 어떻게 달릴 거냐고 물었다. 표정을 보니 정말 순수하게 궁금한 것 같던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체중을 좀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자동적으로 든 생각은, 어떻게 다이어트를 해볼까. 바나나를 먹어야 하나 자몽을 먹어야 하나. 먹는 것을 줄이면 되는데 어떻게 또 다른 방법을 통해 채우려고 하다니. 뭔가 어떤 회로가 고장 나버린 것만 같다. 뭔가 비어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 아닐지. 어쨌든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고, 어떻게든 자주 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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