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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Jul 03. 2024

2024년 중간 정산

'하반기 실적 상승 기대'

7월이 됐어요.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아직 한 해의 절반이나 남았다는 표현이 더 좋을까요? 상장기업들은 매 분기마다 실적발표를 합니다. 사람이 기업은 아니지만 한 해의 중간 정산을 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째 꾸준히 쓰고 있는 다이어리를 펼쳐봤습니다.

다이어리 첫 장에는 인생목표 세 가지와 올해의 단어를 적는 칸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주간으로 계획 적는 페이지와 매일매일 간략히 일기를 적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인생 목표에는 엄마, 아내로서의 목표와 경력 관련 목표가 있습니다. 각각의 목표는 어차피 인생 목표니까 올해 잘못했어도 앞으로 계속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관대하게 넘어가 줍니다. 너무 객관적이지 않은 평가에 살짝 창피해지려고 하네요. 


올해의 단어에는 놀랍게도 "Excellence in programming"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왠지 대한항공의 "Excellence in flight"을 모방한 냄새가 폴폴 나는데요. 제가 놀란 이유는 올해의 단어로 그걸 적었던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 선택에도 놀랐습니다. 사실 올해의 단어를 완전히 무시하며 살지는 않았어요. 프로그래밍할 때 문제 해결에만 집중한 게 아니고, 최대한 모범적인 코드( best practice)를 쓰려고 노력했으니 나름 "Excellence in programming"을 추구했다고 퉁칠 수 있지 않을까요?


매달 캘린더에는 29-31개의 칸이 있습니다. 공부, 책 읽기, 운동, 유튜브 조금 보기, 건강한 식사 등 항목 중 3개 이상 달성한 날에는 각 칸의 날짜에 하이라이트로 칠했습니다. 1, 2, 3, 4월까지는 하이라이트가 제법 많네요. 1, 2월 달에는 절반 이상이 하이라이트가 됐는데, 5월, 6월에는 하이라이트가 몇 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적습니다. 새해 초에 체육관이 가장 분주하다고 하잖아요. 저는 참 인간미 넘치는 보통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103개의 회사에 지원했고 15명의 리쿠르터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리쿠르터 인터뷰는 비교적 잘 진행되는데 아직 기술 인터뷰로는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대개 경력이 더 많은 사람을 뽑길 원한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이 배운다는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를 처음으로 다 학습했고 관련 문제도 제법 많이 풀었습니다. 풀스택* 공부를 했는데, 프로젝트는 다음 주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사실 복잡한 프로젝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멘털이 무너지면 몇 주씩 공부에서 손을 놓기를 반복해 아직도 미완성 상태입니다. 더 이상 질질 끌면 안 되겠다 싶어 지난 주말 만난 아는 동생에게 7월 둘째 주에 마무리해서 보여주겠다고 미리 약속을 해버렸습니다.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네요. 


2024년 중간 실적 평가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으나 하반기 실적 상승 기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는 자신의 자서전 "Shoe Dog"에 "The man who moves a mountain begins by carrying away small stones."라고 쓴 바 있습니다. 이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작게라도 매일매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을 가슴에 깊이 새겨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excellence in programming을 추구'를 올해 연말 실적 평가서에서 보길 기대해 봅니다.


*풀스택은 웹사이트의 프론트엔드 (사용자가 직접 보고 상호작용하는 부분)과 백엔드 (서버 등 로직 담당)을 모두 개발할 수 있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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