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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Aug 19. 2024

빈 둥지 예행연습

"Mommy isn't ready yet."

오늘 글은 독자분들께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시작합니다.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 써야지, 모레 써야지 하고 미루다 벌써 한 달이 되고 말았습니다. 벌써 30일이 지나다니요. 시간 참 빠릅니다. 나이 들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는데, 제가 요즘 그걸 매일매일 체감합니다. 게을러 글 못 올려놓고 죄송한 마음에 괜히 이렇게 너스레를 떨어 봅니다. 


두 아들이 여름방학 동안 딱 1주일 간 동시에 집을 비웠습니다. 큰 아들은 5주간 집을 떠나 있었고, 작은 아들은 연주 여행 다녀와서 한참을 집에 같이 있었습니다. 한 동안 둘째랑 루틴이 생기려던 참이었지요. 저는 취업 준비를 하고, 둘째는 악기 연습을 하다 점심을 차려 먹은 후 동네 산책도 하고 근처 슈퍼마켓에 걸어가 간단히 장도 봤습니다. 소소하지만 이게 행복이라고 순간순간 느꼈어요. 그렇게 한 3주를 보내고 둘째가 오케스트라 수련회에 일주일 동안 가게 됐습니다. 짐을 싸다 둘째 아들이 "이제 점심 따로 안 차려 줘도 되니 엄마 편하겠다"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속으로 '아싸~~~'를 외쳤으나, 좋은 엄마라면 누구나 할 법한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습니다. '어차피 먹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건 일도 아니야. 너 없으면 조금 외로울 거 같아.'


막상 아이가 떠나고, 저는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집에 남편과 저 단 둘이니 밥을 대충 차려먹어도 됩니다. 남편도 저도 이제 좀 덜 먹어야 더 건강할 나이이잖아요. 설거지도, 빨래도 별로 할 게 없습니다. 기사 노릇도 해방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밥도 먹기 싫고 일도 잘 안 됐어요. 가사 노동 할 시간이 줄어드니 당연히 더 공부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무기력하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말하는가 봅니다. 한 이틀 별로 하는 일 없이 축 처져 있는 저를 보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남편이 다음 이틀은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남편이랑 함께 있으니 좀 낫긴 하더라고요.


이게 바로 '빈 둥지 증후군'인가 봅니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면, 남편과 저만 집에 남겨지겠구나. 남편은 회사에 가버릴 텐데 나도 어딘가 갈 곳이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미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나라는 사람은 시간제라도 꼭 일을 해야만 건강한 삶을 누리겠다 싶어, 재취업에 대한 의지가 한층 강렬해졌습니다. 큰 아들은 내년 가을, 둘째는 2년 후에 집을 떠날 텐데 함께 있는 동안이라도 더 잘 먹이고, 저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잡생각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지금부터 대학입시 때까지가 제일 잔소리가 많을 시기인데, 이걸 어떡하지라는 걱정에까지 이릅니다. 그러던 중 최근 라이프 코치와 나눴던 말이 순간 떠오릅니다. "아이들의 인생이잖아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It's their lives to live. You can only do s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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