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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May 12. 2022

요약.『스토리텔링』. 로고에서 스토리로

크리스티앙 살몽,『스토리텔링』, 류은영 옮김, 현실문화, 2010, 1장

『스토리텔링』, 「1장. 로고에서 스토리로」


  마케팅 방식은 제품에서 로고를 거쳐 브랜드이미지마케팅 방식으로 변화해왔다. 그런데 이 변화는 여전히 기표(signifiant)로써 시장을 점령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전의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제품이 확실했으며 로고를 통해 자기가 구입한 제품에 대한 확신을 느꼈으므로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여 소비자들의 충성심과 확신을 단단히 뿌리내리게 할 셈이었다. 따라서 2000년대 초반까지 브랜드마케팅 방식은 계속적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표(signifiant)를 통해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기도(企圖)는, 얼마가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들였음에도 소비자들의 충성도는 오히려 감소하는 문제가 야기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효용이 매우 낮은 마케팅 방식에 대해 반성적 토로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업의 존속을 위해 마케팅 방식의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의 변화일 것인데, 그것은 기표에서 기의로의 이동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브랜드 속에서 가능한 한 추상적이고 영속적인 이미지와 이니셜, 그리고 기의가 아닌 기표를 보았다. 반면, 다른 누군가는 그 이야기적 성격을 강조했다.”(46쪽)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방식이 장기적으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일이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기업들은 소비자 선호의 유동성과 자유로운 선택의 가능성을 간과했다. 왜냐하면 제품과 로고에 대한 충성심을 더욱 고착시키기 위해 브랜드이미지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기업들은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소비행위를 분석한 나머지 소비행위를 일종의 계층 간 가치 체계를 드러내는 행위로만 이해하였으며 그 결과 소비자의 선호가 역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각자의 개성에 따라 기업의 예측과 통제를 벗어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기업들은 인터넷의 영향을 간과했다. 광고를 통해 제품과 로고 및 이미지를 판매하던 방식은 인터넷의 속도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의 양을 따라갈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가치지향적인 성향을 간과했다. 소비자들은, 영리를 위해 노동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거대 기업들에 인권존중과 환경보호라는 가치로 맞섰다.


  따라서 기업은 한편으로는 고통과 착취의 이야기를 해명하거나 그에 맞서는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노동자의 인권과 환경의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으로 변모해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에서 유동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시 충직하게 만들어야 했다. “2000년대부터 미국 대그룹 대표들은 결국 브랜드의 서사적 재구성이라는 야침 찬 기획에 돌입한다. 과거 그들의 조언자였던 브랜딩 이론가들은 스토리텔링으로 마음을 바꾼다. (···) “사람들은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이 표현하는 이야기를 구매한다. 이제는 브랜드를 구매하기보다 그 브랜드가 상징하는 신화와 원형을 구매한다.”(49쪽) 브랜드의 기표(signifiant)가 아니라 기의(signifié)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 특히 기의(signifié)를 지탱하는 신화와 원형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허구적 신화와 원형을 제시하여 그들을 감화시킨다면 그들이 다시 충직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업은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감화시켜 자신에게 충직하게 만드는 일은, 기업이 소비자와 특별한 관계를 정립하는 일일 수 있다. “마케터에게는 이제 브랜드를 무수한 익명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거나 친밀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않으며, 브랜드와 그 고객 간의 개별적이고 감성적인 관계를 창출해야 한다. 관계의 마케팅이다.”(51쪽)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소비자는 인터넷상에서 기업의 이야기를 반복하여 전승케 하는 데에 참여함으로써 그 기업이 존속하게 하는 데에 기여한다. 소비자는 보이는 것을 전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화된 이야기, 즉 보이지 않는 것을 전승하는 것이다. “‘물화된’ 사물 혹은 이미지로서의 위상은 상실했다. 상품과 브랜드, 그것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우리를 사로잡으며 우리의 기대, 우리의 세계관에 꼭 맞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품과 브랜드가 웹상에서 통용될 때, 그것은 우리 자신을 스토리텔러, 서사의 전파자로 변모시킨다. 훌륭한 이야기가 불어넣는 마력이 우리로 하여금 그 이야기를 반복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53쪽) “브랜드를 허구적으로 이야기”(50쪽)하는 것에 감화 받은 소비자들은 기업의 제품이 아니라 정신과 감성을 소비하고 전승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왜 이야기에 빠져 기업과 관계를 맺고 상품을 구매하는가. 우선 인간은 자신의 세계관을 더욱 정당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 스토리가 자기 세계관에 부합하는 이야기일 경우, 소비자는 그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로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또, 인간은 자신의 욕망과 결핍을 채우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이야기가 자신의 욕망과 결핍을 채워주는 이야기라면, 소비자는 그 이야기 속 인물이 되고 싶다고 느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모순적으로 욕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모순되거나 조화되지 않는 것들을 욕망할 수 있는데, 기업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 “허술한 소비족들, 모순된 욕망을 양립시키려는 그런 소비족들을 동요케 한다.”(56쪽)


  시장의 사정이 이러한 만큼, 마케팅은 ‘서사’로, 마케터는 ‘스토리텔러’로, 소비자는 그 이야기를 듣는 ‘청중’으로 불리어야 한다. 그렇다면 마케터의 과제는 기업의 세계관을 정립하고 그것을 전승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여 새로운 세상을 구현하는 일이 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청중’이 그 이야기에 설득당하는 것을 넘어 그 이야기를 완전히 믿음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게 하여 기업을 존속시키는 일이, 기업에겐 중요해진 것이다. 


  기업이 이것에 성공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파생된다. “정신의 포맷작업”(58쪽)을 통해 기업이 이것에 성공하게 되면 ‘소비자-청중’은 자신을 둘러싼 생활세계를 자신이 충성하는 기업의 도식 속에서 체험하게 된다. ‘소비자-청중’은 자신이 충성하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둘러싸이고 그 서사체계의 주인공이 되어 그 주인공의 행동양식을 학습하고 그 양식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소비자-청중’은 브랜드스토리를 통해 욕구를 충족하거나 없던 욕구가 생겨나는 것을 넘어서 브랜드스토리의 세계관을 추구하게 된다. 정신이 포맷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브랜드 서사가 행동의 율법이 된 새로운 세상에서 소비자는, 그 서사를 듣던 ‘청중’에서 그 서사가 기초하는 세계관을 추구하는 ‘인물’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며 소비행위는 그 세계관에 감화되고 그 서사에 관여하는 전 세계인들의 소통방식으로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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