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는 과정에는 쉬운 일이 없다.
거의 두 달을 입덧 때문에 고생했던 아내가 이제는 조금씩 컨디션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두 달은 우리 부부에게 참 힘든 시간이었다. 계획보다 빠르게 찾아온 아이 덕분에 어른으로 가는 가정에서 꽤 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도대체 무엇을 위해 아내가 저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지 후회한 적도 있다. 아내가 거의 산송장처럼 지낸 두 달 동안 나는 직장생활과 모든 집안일을 도맡았다. 그 당시에는 크게 힘듦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매일 울렁거림으로 고생하는 아내에 비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가 입덧에서 조금씩 회복하면서 그동안 내게 쌓였던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일주일 정도를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이 세상의 모든 워킹맘들을 존경한다.
뱃속에 있는 우리 아기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나중에는 너도 알아야 한단다) 지난 4개월 동안 우리 부부에게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없었다. 아내는 매일 괴로움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들과 싸웠고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나 역시도 비슷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입덧도 결국은 16주 차에 들어서니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내의 얼굴에는 눈에 띌 정도로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입을 벌리면 터져 나오던 부정적인 말들은 사라지고 행복한 단어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모든 것들이 탁 하고 풀리는 기분이었다.
부모가 되는 과정은 정말 힘들다. 입덧은 그냥 우웩 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고 출산하는 순간이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 생명이 잉태되어 세상 밖으로 건강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에는 고통이 필수였고, 그 고통은 부부 관계에 생채기를 냈다. 이 생채기에 제때 약을 바르지 않으면 점점 더 벌어져 나중에는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 부부는 노력했다. 의사가 처방하는 것처럼 꼭 맞는 약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된장 정도는 바르려 노력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웃을 수 있다. 남은 5개월 동안 더 힘든 일이 있을 수도, 아니면 운이 좋아 순탄하게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상처가 나면 또 약을 바르면 되니까.
아가야 나중에 세상 밖으로 건강하게 나와서 엄마한테 평생 갚으며 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