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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Jan 26. 2022

거꾸로 보기

2022 [보다]

2022 [보다]

2022년 1월 25일 화요일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연체됐다.

반도 못 본 책들을 싸들고 나갔다.

못 보고 반납할 때마다 아쉽기만 하다.

게을렀던 순간들을 후회한다.

그러다 위로한다.

"이불속이 얼마나 좋아, 다만 책을 들고 들어가면 잠이 오는 게 문제지."


공원 안쪽에 있는 도서관 불이 밝다.

큐알코드를 찍는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고 싶어 도서관 입구에 있는 반납기에 책을 넣는다.

도서관 창문으로 보이는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몇 발자국 너머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운동도 해야 하는데... 5분만 하고 갈까."

보이는 대로 하고 싶어지는 내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쭈뼛거리며 비어있는 기구를 찾았다. 물구나무서는 기구가 있다.

기구에 올라선다.

나뭇가지 위에 희미한 별을 보며 몸을 젖혀 올라간다.

가운데에 잠깐 멈춰, 하늘을 봤다.

밤공기가 너그러워졌다.

"겨울이 가고 있어."

심호흡을 하며 거꾸로 선다.

거꾸로 설 때마다 긴장하며 발목은 안전하게 걸려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안전해!"

길 건너 아파트에 무수한 불빛들, 사람들이 사는 별이다.

거꾸로 보니 더 빛난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돌아와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별을 찾았지만

어디론가 숨었다.

하늘의 별은 잃었지만, 땅 위의 별은 여전히, 층마다 빛나고 있다.

조금은 시끄러운 별, 사람들이 사는 별을 본다.

가끔 거꾸로 보자.

다르게 보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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