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아프로디테 이야기
그리스 신들 중에 가장 못생기기로 이름난 헤파이스토스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결혼했다.
그들은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프로디테는 바람을 피웠다. 상대는 잘생긴 전쟁의 신 아레스였다. 그들의 밀회를 보다 못한 태양의 신은 헤파이스토스에게 귀띔을 해준다.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그는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 무엇인가 만들었다.
청동을 늘려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줄을 만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만든 것이다.
그는 아내 아프로디테의 침대에다 그 그물을 쳤다. 바로 그날 헤파이스토스는 아내에게 램노스 섬에 다녀와야겠다면서 집을 나갔다. 아프로디테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녀 히메로스를 아레스에게 보냈다.
히메로스의 전갈을 받은 아레스는 곧바로 아프로디테의 집으로 달려갔다.
헤파이스토스가 집을 비웠다면 산속에서 이슬을 맞으며 밀회할 필요가 없으니
그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쏜살같이 달려간 아레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곧장 침대로 뛰어들어 밤새 달콤한 사랑을 나눴다.
새벽이 되자 문고리가 달그락거렸다.
헤파이스토스였다. 그리고 그가 소환한 신들도 함께였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물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둘은 그물에서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그물은 점점 옥죄어져 조여왔다.
얼마나 튼튼하고 정교했던지 아래스와 같은 천하장사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를 본 신들은 어이없게도 질투하는 헤파이스토스보다는 무안당하는 아레스가 부럽다는 반응이었다. 한술 더 떠 그물이 세 곱절쯤 질겨서 영원히 저렇게 갇혀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들은 헤파이스토스에게 둘을 풀어주라고 말했지만,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에게 자신이 아프로디테와의 결혼하는 대가로 준 선물을 돌려주지 않으면 아내를 절대로 풀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제우스는 오히려 사적인 일을 폭로한 헤파이스토스에게 ‘못난 놈’ 쯤의 대사를 남기며 가버렸다.
결국 포세이돈이 나서서 중재를 했다.
아레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위자료를 지불하도록 제안했으나 아레스는 거절한다.
포세이돈은 아레스 대신 자신이 위자료를 지불하고 아프로디테와 결혼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아레스는 그물에서 풀려나 트라케로 돌아가고 아프로디테도 파포스로 돌아가서 바다에서 몸을 씻고 처녀성을 다시 회복했다.
그 후 아프로디테는 사랑을 고백한 헤르메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낳았고, 포세이돈 역시 그녀를 도운 대가로 두 아들 로도스와 헤로필로스를 낳아 주었다. 아레스는 위자료를 끝까지 지불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보면 아마도 고대 그리스인들에겐 ‘간통’이 진지한 형벌의 대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헤파이스토스가 손수 감옥을 만들어 가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려움 없이 곧 풀려났고, 풀려난 후에도 아레스는 위자료를 지불하지 않았고, 아프로디테의 바람기도 여전했으니 말이다.
결국 바람둥이 아내와 아레스를 웃음거리로 만들려던 헤파이스토스의 목적은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의문의 1패를 당했으니…. 헤파이스토스가 짠하다.
짠한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방이었다.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명장 헤파이스토스는 이 결혼의 대가로 제우스에게 엄청난 뇌물 성격의 선물을 바쳤다.
‘선물’을 매개로 이루어진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대장간에서 항상 일만 하는 약골 남편 헤파이스토스가 눈에 찰 리 없지 않은가. 사랑의 여신과 결혼하고, 사랑을 주지 않았던 헤파이스토스. 그가 만들어야 할 명품은 정교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청동 그물이 아니라 아프로디테와 자신을 위한 멋진 침대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