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나도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걸 잊지 않는 일이다.
나는 이제 부모가 되었고, 책임을 지는 자리에 서 있다. 매일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이끌며 하루를 살아낸다. 어릴 적엔 어른이 되면 모든 걸 다 알게 될 줄 알았고, 흔들림 없이 단단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는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라는 것을.
어릴 땐 부모님의 그림자가 늘 나를 감쌌다. 그들의 말이 기준이었고, 그들의 손길이 세상의 전부였다. 그러던 내가 자라 부모가 되었고, 내 아이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마다 나는 부모님이 생각난다. 그들이 나를 키울 때 느꼈을 막막함과 두려움, 그럼에도 매일 밥을 차리고, 손을 잡아주던 따뜻함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부모님 앞에서는 여전히 작은 아이가 된다. 어른스럽게 이야기하다가도, 불쑥 투정을 부리게 되는 건 그들 앞에서만 허락된 감정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할 약한 마음을 부모 앞에서는 꺼낼 수 있다. 그 공간이 여전히 내게는 유일한 피난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도 이제는 나이가 들고,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목소리가 약해지고, 걸음이 느려지고, 표정이 조용해진다. 그런 부모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찡해진다. 이제는 내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임을 알면서도, 아직 그 앞에서는 여전히 의지하고 싶은 나를 발견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동시에, 그 마음이 여전히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아는 일이다. 그 사랑은 어떤 말보다 깊고, 어떤 설명보다 묵직하다.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건,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품이 있다는 뜻이다.”
나도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사실은 때로 나를 단단하게, 또 어떤 날엔 부드럽게 만든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걸 다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존재를 떠올릴 때,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그 사랑을 기억하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부모의 등을 바라보던 아이가 이제 그 등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는 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여전히 자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조금씩 더 따뜻해지는 이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