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by 노아

창밖이 이상하게 조용한 아침이었다.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도로가 반질반질했고 하늘은 유난히 낮게 내려와 있었다.

그런 날이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문장 하나였다.

“요즘 나, 어떤 사람이지?”


언제부턴가 ‘나’라는 사람을 타인의 역할로 먼저 설명하게 되었다.

누구의 남편이고, 아이의 부모이고, 회사를 다니고, 어디에 살고.

그것들을 빼고 나면 문득 공백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무얼 좋아하고, 무엇에 화가 나고, 어떤 순간에 가장 조용해지는지.

그걸 나조차 잘 모를 때가 있다.


커피를 따르던 손이 멈추고, 창밖을 보다가

예전 나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시절, 글을 쓰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밤에 라디오를 들으며 혼자 상상에 빠지던 그 시절.


지금은 다정한 말보다 유용한 말이 먼저 떠오르고

예쁜 생각보단 실용적인 판단을 앞세우게 되었다.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살아 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모처럼 아주 오래 전의 내 글을 열어봤다.

조금 유치하고 서툰 문장들,

그 속엔 지금보다 훨씬 솔직한 내가 있었다.

그걸 읽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렸다.

지금은 어쩌면, 다시 그런 나를 부르는 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라는 질문은,

과거를 미화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저 지금의 나를 더 이해하고,

내일의 내가 조금 더 단단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용한 아침에, 그런 질문 하나쯤 품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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