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하루의 가장 뿌듯한 기록이 된다.
대단한 결심도 없었고,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없었다.
설거지를 미뤘고, 빨래는 그대로였고,
아이는 방 안에 장난감을 전시하듯 쌓아두었다.
근데 이상하게,
그 모든 게 꼭 ‘오늘만 가능했던 일’처럼 느껴졌다.
쉬기 위해 쉰 날은 아니었다.
그냥 멈추고 싶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도 부르지 않고,
그냥 조용히 존재만 하고 싶은 날.
사람들은 뭘 해야 ‘잘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안 해도 잘 살았던 하루로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