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세상, 지금은 우리로 가득 차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찾는 얼굴,
넘어질 때 본능처럼 향하는 품,
불안할 때 이름보다 먼저 떠오르는 존재.
그 작은 세계의 중심에 우리가 서 있다.
하지만 아이는 자란다.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가 준비할 틈도 없이.
어느 순간부터는 손을 잡고 걷기보다
조금 앞서 걸으려 하고,
우리의 눈보다 바깥을 더 자주 바라본다.
그때서야 알게 된다.
세상의 중심은 고정된 자리가 아니라는 걸.
처음엔 서운함이 먼저 온다.
우리가 전부였던 시간이 이렇게 짧았나 싶어서.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중심에서 벗어난다는 건
멀어지는 게 아니라 넓어지는 거라는 걸.
아이가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우리가 한 발 물러나는 일이라는 걸.
그래도 지금은 붙잡아두고 싶다.
아직은 우리가 세상의 전부인 이 순간을.
아이의 웃음이 가장 안전한 곳이
여전히 우리 곁이라는 사실을.
이 시간들은 나중에 설명할 수 없는 기억이 되어
우리 마음속에 오래 남을 테니까.
언젠가 아이의 세상 한가운데에
우리가 서 있지 않게 되더라도,
그 중심이 흔들릴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로 남고 싶다.
세상의 중심은 바뀌어도,
돌아오는 방향만큼은
늘 우리 쪽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