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늠해보는 하루의 속도

by 노아

몸살이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래 불편했던 어깨 근육이 단단히 굳어버렸다. 그 묵직함은 목을 지나 머리까지 이어졌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은 쉬지 않고 존재를 드러냈다. 평소라면 흘려보냈을 신호들이 그날만큼은 또렷했다.


사실 몸은 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나 역시 알고 있었다. 다만 지내는 동안 잊고 있었을 뿐이다. 마음은 괜찮다고 말하며 같은 속도를 고집했지만, 몸은 이미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쌓인 피로는 제때 풀리지 못한 채 어깨에 남아 있다가, 이렇게 아픔의 형태로 다시 나를 불러 세웠다.


그날의 일상은 유난히 느리게 흘렀다. 고개를 돌리는 일, 앉았다 일어나는 일 같은 사소한 움직임마다 잠깐의 망설임이 필요했다. 몸이 느려지자 생각도 함께 느려졌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질문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지금의 이 속도는, 정말 나에게 맞는 걸까.


우리는 마음이 정한 속도로 몸을 끌고 가며 산다. 아직 괜찮다는 말로, 조금만 더라는 약속으로. 그러다 보니 이미 알고 있던 것들도 쉽게 잊는다. 몸은 마음보다 솔직하다는 사실, 무리는 언젠가 드러난다는 사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번 아픔은 새로 알게 된 무언가라기보다, 다시 떠올리게 된 기억에 가까웠다. 잘 지내기 위해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 멈추는 일도 일상의 일부라는 것. 예전에는 분명 알고 있었지만, 살아가며 자꾸 뒤로 밀려났던 이야기들이다.


그날 이후로 일상을 조금 다르게 다루고 있다. 크게 바꾸지는 못해도, 무작정 앞만 보며 달리지는 않으려 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지, 숨을 괜히 참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사소한 감각들을 자주 확인한다.


몸이 풀리면 마음도 따라 풀리고, 마음이 느슨해지면 몸도 한결 가벼워진다. 둘은 늘 연결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지냈다. 그래서 요즘의 기준은 단순하다. 오늘 하루의 속도가 나를 괴롭히지 않았는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아픔은 지나가지만, 그때 떠올린 기억만큼은 오래 남았으면 한다. 바쁘게 살다 보면 또 잊게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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