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순간순간은 늘 감사하고 감동스럽다.
하지만 요즘은 그중에서도 아이의 하루하루 늘어나는 언어가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다.
자라는 건 늘 눈앞에서 일어나지만,
말이 늘어나는 순간은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진다.
아이가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하나씩 익혀가는 것 같아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을 하지 못해
원하는 게 있으면 그저 “응, 응” 하며 손으로 가리키던 아이가
이제는 “이거 줘”, “이거 내 거”라고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온몸으로 버티던 아이는
“아냐”, “하지 마”라는 말로 자신의 경계를 만든다.
그 말들은 아직 조금 어눌하고,
발음도 정확하지 않지만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삐, 합미 하던 아이가
어느 날 자고 일어나
할부지, 할머니를 부른다.
아빠와 엄마는 어느새 너무도 익숙한 말이 되었고
이젠 아빠의 이름까지 기억해
조심스럽게, 더듬더듬 불러본다.
그 짧은소리에
나는 괜히 대답을 늦춘다.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고 싶어서.
아이의 말이 늘어날수록
나는 자주 멈춰 서게 된다.
기쁘고,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가도
이 모든 변화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제의 아이와 오늘의 아이가 다르고,
오늘의 말은 내일이면 또 달라질 것이다.
아이는 이렇게 조금씩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을 설명해 나가겠지만
나는 언젠가
지금처럼 모든 말을 귀 기울여 듣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자주 기억하려 한다.
이 서툰 발음과 느린 문장들,
말보다 표정이 먼저 나오는 이 시기를.
아이의 언어가 늘어난다는 건
단지 말을 잘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
이제는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만큼
나는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
더 많이 듣고,
더 천천히 대답하는 어른이 되는 연습을.
오늘 아이가 건넨 짧은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하루를 오래 붙잡게 하는 문장이 된다.
이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이미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아이의 말을 마음속에 한 번 더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