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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의 노블 테라피 Jan 23. 2024

인식. 다정함. 책임감

[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_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옮겨 적은 문장들을 여러 번 반복해 읽었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사유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지난해 늦여름, 서가에 들여놓고도 눈길을 스치기만 했던 이 책을 북극 한파가 몰려왔다는 어제야 꺼냈다. 그냥 여름도 아닌 <너무나 많은 여름이>라는 제목이지만 다 읽고 나니, 차갑고 추운 겨울에 더 어울리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겨울이 아니더라도 따스한 온기가 절실한 요즘 같은 시절에 말이다.


_국어사전을 펼쳤다. 인식. 다정함. 책임감. 책을 읽는 동안 마음에 박힌 세 단어의 바른 뜻을 알고 싶었다. 그렇게 정확히 알게 된 대로 살고 싶었다. 그럼 무엇부터 해야 할까. 먼저 인식을 해야 다정함과 책임감이 생기는 걸까. 다정함이 있어야 인식을 하고 책임감도 가지게 되는 걸까. 책임감을 느껴야 다정해지고, 그제야 인식할 수 있는 걸까. 생각을 거듭할수록 깨달았다.


인식. 다정함. 책임감. 무엇을 선행하고 무엇을 동기로 삼아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사전에서는 별개의 뜻을 지녔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결국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엄연히 보이는데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는 존재들을 바르게 "인식"하고, 이유가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유가 있을지라도 "다정함"을 가슴에 품고,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는 세상 위 모든 존재에게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비록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았지만, 제 뒤에 오는 사람들은 지금 쓰러져 울고 있는 땅 아래에 자신이 모르는 가능성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 세계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말입니다."(p.114)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별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예요."라고 연구원은 말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것, 그것이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닐까요?"(p.238)


_인식

1)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

2)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


다정하다(다정함)

정이 많다. 또는 정분이 두텁다.


1)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2)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


책임감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책임) 중히 여기는 마음


책임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2)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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